부산 핀테크 허브, 기업 성장 성과로 ‘아시아 혁신 거점’ 입증

입력 2025-12-12 09:55

부산 핀테크 허브가 단순한 입주 공간을 넘어, 실제 기업 성장을 만들어내는 아시아 핀테크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출과 고용, 투자 유치 성과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부산형 디지털 금융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시는 12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 ‘2025 부산 핀테크 허브 성과공유회’를 열고 한 해 동안의 운영 성과와 향후 전략을 공유한다. 행사에는 입주기업과 금융권, 협력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규제 개선과 지원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부산 핀테크 허브는 2019년 개소 이후 올해까지 누적 116개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입주 기업은 60개사로, 초기 창업부터 스케일업 단계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지원 체계를 갖췄다.

성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입주기업 매출은 2020년 297억원에서 2023년 537억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 49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135억원으로 추정돼 1년 만에 약 130% 급증할 전망이다. 전체 입주기업 97개 사 가운데 31%에 해당하는 30개 사는 연 매출이 1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유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입주기업의 투·융자 규모는 246억원으로, 허브 운영 초기인 2020년(40억원)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고용 규모 역시 2020년 253명에서 올해 476명으로 확대되며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개별 기업의 성장 사례는 부산 핀테크 허브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외환 투자·결제 플랫폼 기업 스위치원은 BNK 스타트업 투자 프로그램에 선정된 데 이어 신한투자증권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누적 환전액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디지털 자산관리 보안 설루션 기업 언커먼랩은 엔젤투자 유치 이후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돼 기술력과 사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해양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개발한 맵시는 세계 최대 정보통신(IT) 전시회인 CES에서 2년 연속 혁신상을 받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해운·항만 도시 부산의 산업적 특성이 핀테크 기술과 결합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시는 이 같은 성과의 배경으로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 전략을 꼽고 있다. 초기 기업에는 데이터 마케팅과 인력 양성을, 유망 기업에는 핵심 인력과 글로벌 진출을, 도약 기업에는 투자 유치와 혁신 컨설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왔다. 선박 탄소배출권 거래, 인공지능 기반 적하보험 자동화 등 지역 특화 디지털 금융 서비스도 전략적으로 육성했다.

이진수 시 금융창업정책관은 “부산 핀테크 허브는 정책 실험을 넘어 기업 성과로 검증된 생태계”라며 “내년에는 축적된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핀테크 허브로 도약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