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변호사를 사칭하면서 사기 피해자들에게 돈을 찾아주겠다고 접근해 추가로 피해금을 가로채는 2차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법률 조력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초 A씨는 투자리딩방 사기 조직에 속아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A씨는 금융 당국에 정식 등록된 금융사를 사칭한 사기 일당이 운영하는 단체 대화방에 초대돼 비상장주식 투자를 권유받았다. 하지만 A씨가 주식을 받고 대금을 입금하자 일당은 대화방을 없애고 그대로 잠적했다.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날벼락을 맞은 다수의 피해자가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가자 다른 피해자로 보이는 B씨가 1대1 대화를 걸어왔다. B씨는 “선임한 변호사가 빠르게 사기 일당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신청을 통해 피해금을 받아줄 수 있다고 했다”며 “계좌로 수임료를 보내면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돈을 회수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B씨가 보낸 메시지에는 법무법인 홈페이지, 변호사 약력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사기 피해로 경황이 없었던 A씨는 B씨 말을 믿고 수백만원을 송금했다. 이후 B씨가 대화방을 나간 뒤에야 A씨는 연이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전문가들은 이런 수법이 ‘법률 조력 사기’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행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사기 피해자들이 판단력이 흐려진 틈을 타 피해금 회수를 도와주겠다며 송금을 권유한다. 피해금을 조금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에 단체소송 비용, 상담 비용을 아끼지 않는 심리 상태를 악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존 변호사의 사진과 약력을 도용해 만든 가짜 법률사무소 홈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한다. 가짜 변호사 신분증과 협회장 직인이 찍힌 허위 자격증까지 만든다. 피해자가 대면 상담을 요청하면 사기 피해자가 많아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식으로 둘러대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변호사 실명 및 소속 여부를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화번호나 사무실 정보 없이 SNS로만 상담을 진행하면서 선임료를 요구하는 경우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조예진 법무법인 규원 변호사는 “비대면 채널을 통한 검증되지 않은 상담은 위험할 수 있다”며 “대한변호사협회 ‘나의 변호사 찾기’ 등 공식 경로를 통해 반드시 변호사 자격을 확인하고 가급적 대면 상담을 진행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