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뮤지컬 대전 개막...스타 배우들의 유혹

입력 2025-12-12 05:00
뮤지컬 ‘물랑루즈!’ (c)CJ ENM

겨울은 공연계 최고의 성수기다. 특히 각종 모임이 많은 연말연시는 공연 수요가 폭발하는 시기다. 올해도 겨울 대목답게 완성도 높은 라이선스 뮤지컬부터 참신한 대형 신작 연극까지 대극장을 수놓는다. 여기에 김준수·정성화·홍광호 등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 배우들과 함께 박정민 등 평소 무대에서 볼 수 없던 인기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며 관객을 유혹한다(표).

‘명불허전’ 라이선스 뮤지컬의 귀환

올겨울 서울에서 500석 이상 극장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데스노트’ ‘에비타’ ‘렌트’ ‘물랑루즈!’ ‘보니앤클라이드’ ‘슈가’ ‘비틀쥬스’ ‘킹키부츠’ 등 8편이 관객을 찾아온다. 이 가운데 국내 초연인 ‘슈가’를 빼고 7편은 이미 여러 차례 무대에 올라 관객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데스노트’는 사신의 노트를 손에 넣은 뒤 범죄자를 처단하는 천재 고교생 라이토와 그를 추적하는 명탐정 엘의 두뇌 싸움을 그린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이번에 새로운 얼굴들을 주역으로 과감하게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다. 라이토 역에 조형균·김민석·임규형, 엘 역의 김성규·산들·탕준상이 출연한다.

오랜 시간 꾸준히 공연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스테디셀러 ‘렌트’와 ‘킹키부츠’도 돌아왔다. 브로드웨이 고전인 ‘렌트’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으로, 뉴욕에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꿈과 사랑을 담았다. 국내 초연 이후 10번째 시즌인 이번 공연에는 이해준·김수하·조권 등 차세대 뮤지컬 스타들이 출연한다. 그리고 ‘킹키부츠’는 아버지로부터 자금난에 빠진 수제화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드래그퀸 롤라와의 협업을 통해 살려내는 이야기다. 2014년 국내 초연 이후 올해 7번째 시즌으로, 김호영·강홍석 등 실력파 배우들이 포진했다.

뮤지컬 ‘렌트’ (c)신시컴퍼니

초연 성공 이후 재연으로 돌아온 ‘물랑루즈!’와 ‘비틀쥬스’는 화려한 무대가 돋보인다. 두 작품 모두 영화가 원작이다. 배즈 루어먼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물랑루즈!’는 19세기 말 클럽 물랑루즈를 배경으로 클럽의 스타 사틴과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낭만적인 사랑을 그렸다. 빨간 풍차와 코끼리 등 무대장치와 캉캉댄스 등이 관객을 파리의 낭만 속으로 초대한다. 크리스티안 역의 홍광호·이석훈, 사틴 역의 김지우·정선아의 호흡이 좋다.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가 원작인 ‘비틀쥬스’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악동 유령 비틀쥬스가 저승의 가이드를 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기상천외한 스토리,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 세트가 관람 포인트다. 한국적인 유머를 강화하기 위해 코미디언 이창호가 이번에 각색에 참여했다. 비틀쥬스 역의 정성화·정원영·김준수가 각각 자신만의 코믹 연기를 뽐낸다.

뮤지컬 ‘에비타’ (c)블루스테이지

‘에비타’와 ‘보니 앤 클라이드’는 20세기 실존 인물을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앤드루 로이드-웨버와 팀 라이스 콤비의 고전인 ‘에비타’는 아르헨티나 퍼스트레이디였던 에바 페론의 생애를 그렸다. 대표 넘버 ‘아르헨티나여, 날 위해 울지 말아요’는 명곡의 힘을 보여준다. 에비타 역으로 김소현·김소향·유리아가 나섰다. ‘보니 앤 클라이드’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 차량 절도와 강도를 거듭하며 세상을 뒤흔든 보니와 클라이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한국 뮤지컬 팬들이 사랑하는 작곡가 프랑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다. 윤현민·옥주현 등이 캐스팅됐다.

유일한 신작인 ‘슈가’는 코미디 영화의 고전 ‘뜨거운 것이 좋아’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929년 금주법으로 혼란스러웠던 미국에서 두 명의 재즈 뮤지션이 갱단의 위협을 피해 여성 밴드에 합류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풀어낸다. 엄기준·김법래·이홍기·남우현 등이 출연한다.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창작 뮤지컬의 저력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c)NHN링크

2010년대 들어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은 빠르게 진행됐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시작된 ‘어쩌면 해피엔딩’이 올해 미국 토니상 6개 부문을 석권한 것은 K뮤지컬의 글로벌화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올겨울에도 중대형 극장에 창작 뮤지컬 4편이 관객을 찾아온다.

박천휴와 윌 애런슨 콤비의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10주년을 맞아 이번에 중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전미도·김재범 등 원년 멤버를 필두로 그동안 출연했던 배우들이 돌아왔다.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 (c)EMK뮤지컬컴퍼니

‘팬레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문인들의 예술혼과 사랑을 그렸다. 그동안 대만, 중국, 일본에서 투어와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이며 현지에서도 작품상을 받을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2024년 영국 런던에서 쇼케이스를 선보이며 영미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10주년 공연에는 에녹·이규형 등이 출연한다.

국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초연하는 ‘한복 입은 남자’와 ‘몽유도원’도 주목된다. ‘한복 입은 남자’는 이상훈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장영실이 세종의 배려로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건너가 다빈치의 스승이 됐다는 팩션 뮤지컬이다. 박은태·고은성·카이·신성록 등이 열연한다. 그리고 ‘몽유도원’은 삼국사기 중 도미 설화를 바탕으로 한 최인호의 ‘몽유도원도’를 무대 언어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과장된 세트 대신 수묵화의 절제된 화면을 프로젝션 매핑·LED 기술로 엮어 선보일 예정이다. 민우혁·김주택·하윤주·유리아 등이 주역으로 나선다.

다크호스로 등장한 대극장 연극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 (c)에스앤코

올겨울 공연계의 최고 화제작으로 손꼽히는 것은 두 편의 대극장 연극이다. 바로 ‘라이프 오브 파이’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뮤지컬이 압도적으로 인기 있는 국내에서 마케팅을 고려한 제작사가 티켓예매사이트에 뮤지컬로 등록했지만, 명백히 연극이다. 이미 해외에서 연극 부문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으로 난파된 화물선에서 홀로 살아남은 소년 파이가 벵골 호랑이와 함께 태평양을 표류하는 227일간의 여정을 담았다. 프로젝션 영상을 통해 병실이 순식간에 바다로 바뀌고 침대가 구명보트 일부가 되는가 하면, 퍼펫티어들이 조종하는 동물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발산한다. 박정민과 박강현이 파이 역으로 열연한다.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c)Johan Person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한국에도 인기 있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동명 대표작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세계적인 연출가 존 케어드와 퍼펫 디자이너 토비 올리비에가 원작의 감성을 무대 위에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일본에서 초연된 이후 중국, 영국에서도 공연돼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한국 무대는 일본 프로덕션의 내한공연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