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11일 대법원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법원이 신속하게 내란 사건을 처리해서 특별법 제정(내란전담재판부 신설)의 계기를 없애는 게 왕도”라고 밝혔다.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법조계 원로들의 쓴소리도 쏟아졌다.
문 전 재판관은 이날 ‘대한민국 사법부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열린 종합토론에서 “비상계엄 선포 1년이 지났는데 내란 재판이 한 사건도 선고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구속시간을 날로 계산해온 확고한 관행이 있었음에도 시간으로 계산했고 그 변경을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혐의 사건에서 적용해 국민 불신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에는 대다수가 ‘신중론’을 제기했다. 문 전 재판관은 “휴먼(사람) 에러가 있다면 휴먼을 고쳐야지 시스템을 고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은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전 국민권익위원장)는 “민주적 통제라는 명분으로 법원 신뢰를 바닥까지 무너뜨린다면 종래에는 법원 판결로도 (갈등을) 해결할 수 없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객석에서 발언 기회를 얻은 이용우 전 대법관은 “정치권에서 위헌적 입법이 시도되고 재판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노골적인 협박과 모욕주기 등이 자행되고 있다. 사법부가 나아가야 할 길은 압박에 굴하지 않고 사법부 독립을 지켜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수호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관 증원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좌장을 맡은 김선수 전 대법관은 향후 3년간 12명을 늘리는 민주당안에 찬성하며 “주심 사건을 더 깊이 있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재연 전 대법관은 “소부 1개를 증원하고 효과를 검증하며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전 재판관은 법안 도입 후 4명, 총선 이후 4명을 증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판소원, 내란전담재판부 등에 관한 반대 의견도 나왔다. 문 전 재판관은 재판소원 도입 대신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하면 법원이 재심 사유로 인정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건의했다. 박 교수는 “사건배당에 외부 인사가 관여하거나 정치권 입김이 들어간 특정 판사가 사건을 담당한다고 하면 재판 당사자가 승복하겠느냐”며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에 반대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