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 ‘5년만의 화려한 부활’ 김세영 “은퇴요?경쟁력 있는한 끝까지 가겠다”

입력 2025-12-12 06:02
지난 10월에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골프링크스에서 열린 LPGA투어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세영.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조직위

올 시즌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한국 군단’은 총 6승을 합작했다. 7승을 거둔 일본 다음으로 많은 승수다. 13년만의 최소 승수였던 지난해 3승의 2배다.

올 시즌 위너스 써클에 가입한 한국 선수는 개막전 힐튼 그랜드 보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자 김아림(30·메디힐)을 시작으로 포드 챔피언십의 김효주(30·롯데), 블랙 데저트 클래식에서 우승한 유해란(24·다올금융그룹), 2인1조 경기 다우 챔피언십에서 LPGA투어 데뷔 이후 생애 첫 승을 거둔 임진희(27)-이소미(26·이상 신한금융그룹), 초청 선수로 출전한 롯데 챔피언십 우승으로 내년부터 LPGA투어서 활동하게 되는 황유민(22·롯데), 그리고 아시안 스윙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세영(32·스포타트)이다.

모두가 값진 우승이지만 그중에서도 눈길이 가는 우승은 김세영이다. 나흘간 주최 측 추산 6만여명의 고향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어 통산 13승째를 거두었다. 박세리(25승), 박인비(21승), 고진영(15승)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로 많은 우승 기록이다.

5년여의 부진을 극복하고 거둔 우승이라 팬들의 감흥은 더욱 컸다. 게다가 32세의 적잖은 나이여서인지 승리의 여운은 더 길었다. 올 시즌 32개 대회 챔피언 중 35세에 마이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 33세에 T-모바일 매치플레이 매치퀸에 등극한 마들렌 삭스트룀(스웨덴) 다음으로 나이가 많았다.

단순히 1승에 그친 게 아니다. CME 포인트 랭킹 6위로 한국 선수 중에서는 가장 높다. 올해의 선수상 부문에서는 5위의 김효주(30·롯데) 다음인 8위에 자리했다. 상금 순위는 165만1769달러(약 24억 2727만원)를 획득해 18위다. 전 부문에 걸쳐 2020년 이후 최고 성적이다.
올 시즌 하반기 부터 예전의 샷감으로 돌아온 김세영의 컴퓨터 아이언샷.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조직위

전체적으로 부진에서 벗어났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김세영이 기나긴 슬럼프에서 벗어난 원동력은 뭘까.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마친 뒤 귀국해 국내에 체류 중인 그를 만나 슬럼프가 길어졌던 원인, 해결책, 그리고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김세영은 “파리 올림픽에 대표로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는데 그게 결국 발목을 잡았던 것 같다”고 기나긴 슬럼프 원인을 설명했다.

그는 리우 올림픽과 동경 올림픽에 연속해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하지만 두 차례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쳐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기필코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목표를 정했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파리 올림픽에 너무 올인했던 것 같다. 세계랭킹을 끌어 올려야 하는데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으면서 조급해지기 시작했다”며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샷이 흔들렸다”고 시행착오를 겪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면서 마음은 홀가분해졌는데 멀리 떠나간 샷감이 돌아 오지 않았다”고 웃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늦었지만 올해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덕이 아니었는가 싶다”고 했다.

올 시즌 상반기 때만 해도 성적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5월에는 3경기 연속 컷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21개 대회에 출전해 4차례 미스컷이 있는데 그 중 메이저대회가 2차례(US여자오픈과 에비앙 챔피언십)다.

김세영은 “간간이 톱10에 입상하긴 했지만 상반기 샷감은 엉망이었다”라며 “그러다 아시안 스윙 첫 번째 대회인 뷰익 LPGA 상하이 대회에서 샷감을 찾기 시작했다”며 “특히 아이언샷이 전성기 때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 덕에 다음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김세영은 뷰익 LPGA 상하이 이후 출전한 3차례 대회서 모두 ‘톱10’에 입상했다. 메이뱅크 챔피언십에서는 1타가 모자라 2주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이어서 출전한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3라운드까지는 우승자 지노 티띠꾼(태국)과 선두 경쟁을 펼쳤으나 마지막 날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6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세영은 “시즌 막바지 샷감을 감안했을 때 더 이상 시합이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라며 “그만큼 샷감이 좋았다. 그래서 내년 시즌이 더욱 기대된다”고 했다.
5년여만에 LPGA투어 통산 13승째를 거둔 김세영이 챔피언 공식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며 활짝 웃고 있다. 그의 인터뷰는 언제나 유쾌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BMW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조직위

내년 목표도 일찌감치 정했다. 5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하는 것이다. 그는 “올해 메이저 대회 성적이 너무 아쉬웠다”며 “우승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우선은 컷 통과를 염두에 둘 생각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를 위해 그는 내년 1월에 스승 이경훈 프로와 함께 베트남으로 동계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 전훈에는 김민규(24·종근당)와 이가영(26·NH투자증권) 등 후배 선수들도 동행한다.

김세영은 “1개월여 전훈에서 올해 아쉬웠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완할 생각”이라며 “특히 드라이버샷이 캐리는 정상급 선수들에 절대 뒤지지 않는데 런이 없다. 그래서 비거리가 달린다. 이번 훈련에서 프로님과 드라이버샷 백스핀을 줄이는 훈련을 할 생각이다”고 했다.

그에게 은퇴 시기를 물어보았다. 김세영은 “은퇴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경쟁력이 있는 한 현역 생활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체력적 한계는 아직은 못 느낀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 철저하게 체력관리를 할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세영은 베트남 전훈을 마친 뒤 혼다 LPGA 타일랜드가 열리는 태국 파타야로 이동해 2026시즌 대장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는 “5년 만에 시즌 개막전 출전 기회를 잡았으나 효율적 투어 운용을 고려해 불참키로 했다. 태국 대회와 싱가포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3월에 열리는 LA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본격적 시즌을 시작할 것 같다”며 “내년에는 좋은 소식을 더 많이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