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소수민족인 카친족 교회 관계자들이 최근 방한해 한국교회와 선교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한국아세안친선협회(KAFA·이사장 홍정길 목사)와 미얀마 카친침례교단(KBC)은 11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 성산홀에서 공동으로 선교 포럼을 진행했다.
두 기관은 이날 불교국가인 미얀마와 동남아 지역 복음화를 위한 맞춤 선교 전략을 논의하고, 미얀마 카친주 미치나 지역에 건립 중인 병원과 선교센터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물적, 재정 지원에 협력기로 했다. 현지 선교사 양성에도 협력해 미얀마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선교의 거점을 마련하는 일에도 같이 힘쓰기로 했다.
포럼에 앞서 만난 룸 컹 KBC 재정및재산국장은 카친족이 처한 현실과 현지 복음화를 위한 교단 차원의 노력을 소개했다. KAFA의 이재명 선교사가 통역을 도왔다. KBC는 42만명의 성도와 465개 교회를 둔 현지 대표 개신교단이다. 컹 국장에 따르면 미얀마는 2021년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내전의 아픔을 겪고 있다. 카친족 역시 정부군과 반군 간 갈등을 피해 뿔뿔이 흩어져 현재 20만여명의 피난민이 발생했다. 하지만 종족 대부분 개신교 신자로 지금도 주일이면 90% 넘는 이들이 각 교회에 모인다.
컹 국장은 “구호 물품이나 기부금을 전달할 마땅한 육로가 없어 많은 피난민을 먹고 재우는 일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다”며 “현지 의료시스템이 매우 열악해 내년 1월 완공을 목표로 병원을 건립 중이나 약품이나 검진 장비 등 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KAFA는 KBC를 도와 현지 정부의 허가 등 병원이 무사히 완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을 다각도로 지원하려 한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선교센터 건립도 협력 대상이다. 컹 국장은 “이번 방한을 통해 선교센터 건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선교사들을 훈련할 교육 프로그램 등을 잘 배워 가려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방한한 컹 국장 등 4명의 KBC 관계자들은 방한 기간 온누리교회의 ‘Acts(액츠)29 비전빌리지’와 한국선교훈련원(GMTC)를 찾아 한국교회의 선교사 훈련 프로그램 등을 살폈다. 또 남서울은혜교회와 사랑의교회에서 펼치는 장애인 특수 교육 사역 현장도 둘러봤다. 오는 15일 출국할 때까지 한국순교자기념관 등을 방문하며 한국교회 선교 역사도 살필 계획이다.
컹 국장은 “간절히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모습, 선교에 큰 열정을 갖고 헌신하는 모습은 양국 성도가 닮은 것 같다”며 “예배의 전통과 복음이 다음세대로 잘 전수되고, 미얀마 복음화를 위한 선교 사역이 멈추지 않도록 기도해달라”고 전했다.
백성기 KAFA 이사는 “KBC는 1910년 발족한 이후 전 민족 복음화를 이뤄냈다”며 “반세기가 넘는 현지 주종족의 억압과 차별, 고난의 역사 속에서 이뤄낸 소중한 열매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KAFA는 KBC와 협력해 미얀마인과 현지 교회가 성장해 스스로 복음을 전파할 수 있도록 돕는 촉매자 역할을 감당하고자 한다”며 “KBC의 오랜 선교 경험과 세계 선교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교회의 자원이 결합한다면, 미얀마, 나아가 인도차이나반도의 영혼을 구원하는 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현모 침례신학교 명예교수가 강사로 나서 불교권인 동남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선교에 나설 때 필요한 전략과 한국교회와 KBC 간 협력 방안 등을 제언했다. 이 교수는 “지역 전도를 넘어서 타문화권, 타 종족을 선교할 때는 정치적 관계를 이용하거나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현재 미얀마 군부와 소수민족 독립군들 간의 정치적 문제에 교회가 개입하거나 선교의 통로로 사용하려는 것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서구의 기준을 따라 자신들의 선교 유산을 낮게 평가하지 말라”며 “토착적인 방법이 최선의 방법인 만큼 최선의 선교 모델은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외에 온누리교회 2000선교본부장인 김홍주 목사가 온누리교회에서 추진 중인 협력 선교 현황과 방향에 관해 사례 발표했다. 강연 후 참석자들은 효과적인 미얀마 선교 전략에 관해 토론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학유 전 합동신학대학원대 총장은 “미얀마 기독교인들이 나서서 화해에 관한 포럼이나 콘퍼런스를 지속해서 여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끝난 후에는 기독교인이 앞장서서 대사회 화해운동을 주도했으면 한다”며 “당장 복음의 열매는 맺히진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복음의 문을 여는 데 상당히 큰 계기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