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바텀업 의료개혁’ 시동…시민 숙의만 2번, 하세월 우려도

입력 2025-12-11 16:29 수정 2025-12-11 16:55
정기현 의료혁신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의료혁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1일 국무총리 직속 자문기구인 ‘의료혁신위원회’를 출범하면서 의료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의료혁신위에서 다루는 의제 발굴·논의의 모든 과정이 시민 공론화 등을 거쳐 위로 올리는 상향식(바텀업) 구조로 이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만 시민 패널 숙의만 두 차례 이뤄지고 의료계와의 합의에도 진통이 예상돼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 혁신 과제가 나오기까진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기현 의료혁신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의료계와 함께 얘기를 할 수 있는 ‘미드-바텀업’ 방식을 선택했다”며 “내년 1분기 정도에 의제가 세팅되면 시급한 순서로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각계각층의 민간위원 27명이 참여하는 본위원회를 매월 운영하고 전문위원회·소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모든 논의는 회의록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된다.

복지부는 이번 의료 개혁에 대해 의제 발굴부터 철저하게 상향식 논의 구조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와 ‘초고령사회 의료수요 충족 및 지속가능성 제고’를 두 축으로 두되, 의제 선정 단계부터 위원들 논의와 합의로 결정한다는 기본 원칙도 제시했다. 이번 의료혁신위에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추천 위원들도 참여한다.

이는 윤석열정부가 운영했던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차이점으로 지적된다. 당시 의개특위는 정부가 의제를 선정하고 위원들이 논의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이 때문에 의·정 갈등 상황에서 의개특위 불참을 선언했던 대한의사협회 등 일부 의료계 단체는 의대 정원 확대와 무관한 의료 개혁 논의마저 사사건건 반대로 일관했다.

이재명정부 의료혁신위에선 의제 발굴과 논의 과정에서 두 차례 숙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100인 시민 패널로부터 발굴한 의료개혁 의제가 의료혁신위 안건으로 올라가고, 확정된 의제를 새로 꾸린 300인 시민 패널이 다시 숙의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역·필수·공공의료가 나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논의에만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손영래 의료혁신추진단장은 “의료혁신에 필요한 의제를 설정하고 정부에게 개선안을 권고하는 게 목표”라면서 “가급적 연내(2026년)까지 작업을 끝낸다는 게 일차적인 목표이지만, 위원회 활동 기간이 좀 더 연장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료혁신위를 국정과제 자문기구로도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추진하는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등 국정과제도 필요하다면 혁신위에서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