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실험적 조치에 나섰다. 전면 금지 시행 첫날인 10일(현지시간) 호주 청소년들은 접속 인증을 하는 등 정부를 조롱하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날 호주의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 없는 삶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15세의 루나 디존은 “아직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계정에 접속할 수 있다”며 “완전히 금지가 된 이후에 문화적 충격을 받을까 봐 걱정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전날 앨버니지 총리의 틱톡 계정에 올라온 전면 금지 조치 시행 관련 게시물에는 호주 청소년들의 조롱 섞인 댓글이 달렸다. “난 아직 여기 있다” “금지 조치 작동 안 하네” 등 아직 접속이 가능하다는 ‘접속 인증’이 연이어 올라왔다. 앨버니지 총리를 향해 “멍청한 인간” “다음 선거 때에 당신을 뽑지 말라고 부모님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등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큰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이 개혁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거나 악기를 배우거나 책장에 꽂힌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앞서 호주 정부는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의 접속을 차단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앨버니지 총리는 맬버른 FOX 라디오에서 “물론 순조롭지 않다”며 “하루 만에 100만개가 넘는 계정을 일괄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지만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16세 미만의 계정을 차단해야 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틱톡, 엑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10개가 대상이다. 청소년 차단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4950만 호주달러(약 473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된다.
호주 정부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거나 청소년 이용 패턴이 바뀌면 차단 대상 목록도 변경될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온라인안전위원회 e세이프티에 따르면 이번 조치 직전까지 8~15세 호주 아동·청소년의 85%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