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감지기 신고에도 ‘오작동’ 오판…지연 출동에 80대 홀로 숨져

입력 2025-12-11 16:15 수정 2025-12-11 16:25
6일 오전 0시53분쯤 김제시 용지면의 한 주택에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전북소방 제공

전북 김제의 한 단독주택에서 80대 여성이 화재로 숨진 사고 당시 자동 화재감지기 신고가 접수됐지만 소방상황실이 이를 오작동으로 판단해 출동이 12분가량 지연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1일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6일 오전 0시41분쯤 김제시 용지면 한 주택에서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장치를 통한 화재신고가 119상황실에 접수됐다. 이 장치는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주택에 설치돼 화재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119에 신고가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장치는 정확히 작동했으나 상황실 근무자는 이를 기계 오작동으로 판단했다. 근무자는 A씨(80대·여)와 통화를 시도했고, A씨는 “불이 안 꺼진다” “캄캄해서 큰일 났다”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근무자는 이 발화를 화재가 아닌 감지기의 ‘빛’ 문제로 오인해 출동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된 판단은 계속됐다. 최초 신고 4분 뒤인 0시45분, 해당 시스템을 공동 관리하는 보건복지부 중앙센터가 상황실에 다시 연락해 출동 여부를 확인했지만, 소방 측은 “오작동 가능성이 크다”며 출동을 보류했다.

실제 출동은 이웃 주민이 “옆집에 불이 났다”고 신고한 0시53분에서야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최초 화재감지 경보가 울린 시점으로부터 출동 판단이 12분가량 지체된 것이다.

소방대원들이 오전 1시3분쯤 현장에 도착했을 땐 화재가 절정에 달한 상태였다. 불은 1시간여 만에 진화됐지만 A씨는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초기 화재감지기 신고 당시 즉각 출동하거나, 최소한 A씨에게 “밖으로 대피하라”고 안내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북소방본부는 “상황실의 안일한 판단으로 출동이 지연됐다”며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며 “신고 접수자의 단독 판단이 아닌 교차 확인 절차를 강화해 오판을 줄이겠다”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전주=최창환 기자 gwi122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