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or보기] 건전한 골프 문화 좀 먹는 ‘골프 빌런’ 퇴출되어야 한다

입력 2025-12-12 06:01
지난 10월 경기 양주시에 위치한 레이크우드CC에서 열린 KLPGA투어 상상인 한경 와우넷 오픈에서 박현경이 디봇을 정리하고 있다. KLPGA

클럽 하우스 화장실 세면대 위에 사용하고 버려진 휴지가 널브러져 있다. 페어웨이 벙커와 그린 벙커 가리지 않고 정리하지 않은 발자국이 마치 엠보싱처럼 펼쳐진다. 코스 도처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심심찮게 목격한다. 심지어는 그린에 버려진 경우도 있다.

골퍼라면 한 번쯤은 목도했을 광경이다. 이런 도덕 불감증 형태에 얼굴을 찌푸리지 않은 골퍼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그러한 모든 행위는 다름 아닌 골퍼 스스로가 만들어낸 골퍼들의 민낯이다.

골프 에티켓과 매너가 제로인 이른바 ‘골프 빌런’, ‘진상 골퍼’들로 인해 골프장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 아니 건전해야 할 골프 문화가 무방비로 훼손되고 있다. 한 마디로 골프를 즐길 자격이 없는 자들이 골프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퇴출해야 할 골프 빌런 유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결과가 좋으면 자기 탓, 나쁘면 남 탓을 하는 골퍼다. 이런 유형은 샷 결과가 좋지 않으면 애꿎은 코스 상태를 탓하거나 캐디 또는 동반자에게 괜스레 불만을 토한다. 그보다는 자신의 미스를 쿨하게 인정하고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어떨까.

두 번째는 갑질 끝판왕이다. 캐디에게 반말을 서슴지 않거나 동반자에게 막말을 쏟아내는 경우다. “내가 내 돈 내고 치는 골프인데 서비스가 엉망이다”, 자신은 잔디가 뜯긴 디벗을 메우지 않으면서 “코스 컨디션이 최악이다” 등등 시종일관 투덜대는 골퍼다. 캐디 또는 동반자를 향한 배려심을 조금만 갖더라도 그런 그릇된 습성은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골프 규칙을 무시한 채 뻔뻔하게 플레이를 이어가는 ‘얌체형’이다. OB구역에 떨어진 볼을 알까기로 살린다거나 살짝살짝 터치해 라이를 개선하는 골퍼들이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갔다고 했다. 골프는 플레이어 자신이 심판이 되어야 하는 유일한 스포츠다. 따라서 이런 행동은 습관이 되기 전에 빨리 고치는 게 좋다.

네 번째 유형은 경기 진행은 안중에도 없는 느림보 골퍼다. 이 경우 동반자의 경기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진행에도 엄청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반드시 퇴출해야 할 유형이다. 스윙 전 루틴을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행동을 줄여 정상 플레이 속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이 늦다고 생각되는 골퍼는 거리 측정을 미리 해 클럽을 선택하는 걸 습관화한 것도 해결 방법의 하나다.

최근 들어 음주 골프를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는데 이 또한 퇴출당하여야 할 골프 빌런이다. 심하면 라운드 전에 이미 얼큰하게 취한 경우도 있다. 안전사고 위험이 뒤따르는 데다 동반자들에게도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골퍼들 스스로가 라운드 중 음주를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인 제공자격인 골프장의 주류 판매도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휴지와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골퍼, 벙커 정리는 남의 일인 듯 내팽개치면서 벙커가 정리되지 않았다고 투덜대는 골퍼, 디벗을 메우는 걸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코스 상태에 불만인 골퍼는 골프장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 골프장을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행동들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골프 빌런들이 탄생하는 걸까. 그 원인을 이와 관련한 학습 부재에서 찾는 골프 전문가들이 많다. 신규 골퍼 주요 유입원인 스크린 골프에서 그 해결책을 찾길 제안해 본다. 기본적인 에티켓이나 매너를 화면에 올려 한 번씩 정독한 뒤 게임을 시작하게 하는 방식이다. 물론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부단한 캠페인 활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진상 골퍼를 가늠하는 자가진단 테스트가 있다고 한다. ‘나는 코스 관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샷이 안 좋을 때 장비나 날씨, 또는 캐디 탓을 한다. 나는 캐디에게 반말하거나 함부로 대한다. 나는 골프 규칙을 알면서도 어기는 경우가 있다. 나는 플레이 속도가 느리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는 라운드 중에 술을 많이 마시는 이른바 음주 골프를 즐긴다’ 등이다.

이 예시 중 4개 이상에 해당하면 골프 빌런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2~3개 이상일 경우는 가끔 진상 골퍼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0~1개에 해당할 경우는 액셀런트 골퍼라고 한다.

국내 골프는 비수기인 혹한기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가 되면 많은 골퍼는 다가오는 시즌을 대비해 연습장에서 연습하거나 해외 골프 투어를 떠나는 게 풍속도다. 샷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골프장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과 매너를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가오는 2026년 붉은 말띠 해에는 이런 골프 빌런들이 사라져 모든 골퍼가 ‘굿샷’을 넘어 ‘해피샷’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