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연합훈련, 목적 아닌 수단”… 美와 또 엇박자

입력 2025-12-11 16:02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0일 경기 고양시 한 호텔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미국이 우리 정부의 대북 유화책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음에도 엇박자를 보인 것이다. 정 장관은 정부 내의 자주파와 동맹파 간 갈등을 인정하면서 자주파 인사들이 제기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편 필요성도 강조했다.

정 장관은 10일 오후 경기도 소노캄 고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미 연합훈련은 한반도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될 수는 없다”며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어 “1992년과 1994년 팀스피릿 훈련 중지는 북핵 협상 진전에 중요한 역할을 미쳤고 2018년 한·미 연합훈련 연기는 한반도의 봄을 불러왔다”며 “내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예정됐는데, 지금부터 4개월은 평화로 나아가느냐 현 상태에 머무르느냐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정 장관의 계속된 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미국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케빈 김 대사대리는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정연두 외교전략본부장을 연달아 만나 한·미 공조를 논의했고 연합훈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난달 정 장관과의 면담에선 압도적인 대북 협상력 확보를 위해 제재 유지와 인권 문제 강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인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해서 대북협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고 반박했다. 미국이 우리 외교부와 대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정례적인 정책공조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두고도 “한반도 정책, 남북 관계는 주권의 영역이다. 동맹국과 협의의 주체는 통일부”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정 장관은 정부 내에 자주파와 동맹파 사이의 갈등을 사실상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관점과 시각이 다 다른 건 사실”이라며 “방법론의 차이가 있을 뿐 목표는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 다소 미흡함이 있었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외교·안보·통일정책 컨트롤타워인 NSC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정 장관은 “박근혜정부 때 손질해서 장관급과 차관급을 다 같이 상임위원으로 만들어 놓은 NSC의 구조는 행정법 체계상으로도 아주 예외적”이라며 “이재명 대통령도 충분히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난 3일 열린 원로좌담회에서 NSC 구조가 통일부의 발언권을 약화한다고 비판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