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도 혹시?’ 부모코칭 참가했더니 “불안, 스트레스 대신 가능성 발견”

입력 2025-12-11 14:38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의 부모코칭 프로그램에 참석한 모자가 서울 동작구 센터에서 전문가와 함께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기사 속 사례와는 무관

“그렇지. 이건 빨간색, 이건 파란색이지? 그럼 이번엔 이 방에서 빨간색으로 된 거 찾아볼까?”

지난 4일 서울시 동작구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의 ‘부모코칭 프로그램’에 참여한 A씨는 38개월 된 아이가 셀로판지를 들며 관심을 보이자 이 같이 말했다. 아이가 색을 구분하고 이를 단어로 얘기했다는 것에 기뻐함도 잠시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걸 놀이로 더 확장시켜 주세요’라는 센터 전문가의 코칭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셀로판지를 눈에 댔다 뗐다를 반복하던 아이는 엄마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발달이 또래보다 다소 늦은 영유아 가정을 위해 ‘부모코칭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초기 발달기에 부모가 아이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느냐가 이후 발달을 좌우하는 만큼 부모에게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을 안내하겠다는 취지다. 센터 전문가가 한 달 간 매주 1시간씩 부모·자녀 놀이를 직접 관찰한 뒤 말 걸기, 장난감 제시, 반응하는 방식 등을 1대 1로 코칭한다. 가정에서 촬영해 온 일상 영상도 함께 보며 상황별 대응을 세밀하게 짚어주기도 한다.

A씨의 경우 이날이 4회차 교육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에게는 작은 변화들이 나타났다. A씨는 “첫날 같은 경우 제가 블록으로 집을 만들어도 (아이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젠 같이 만든다”며 “집에서도 아이가 먼저 놀이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발전) 가능성을 본 것 같아 좋았다”고 전했다.

‘찾아가는 어린이집 발달검사’를 통해 부모코칭에 참여하게 된 B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아이가 새로운 상황을 거부하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단순한 기질로만 여겨왔다. 하지만 발달검사 결과 이러한 특성이 발달 지연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아이를 이해하는 관점이 달라졌다. 그는 “초기엔 아이 발달 지연에 대한 불안과 양육 스트레스가 컸지만, 코칭을 통해 아이와 함께하는 법을 배우면서 (아이와) 상호작용을 점차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6개월 간 총 50명의 부모가 부모코칭에 참여했다. 이 중 4회차까지 마친 2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모두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서울시는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도 부모코칭을 이어갈 계획이다.

마채숙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지속적인 부모코칭을 통해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이 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