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이주민 사역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단기 체류자 대상 ‘선교’에서 장기 정착민과 함께하는 ‘목회’로, 일방적 지원에서 상생의 ‘동행’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한국이주민선교연합(KIMA·상임대표 정노화)은 지난 8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안성 사랑의교회 수양관에서 열린 ‘제4회 KIMA 포럼 2025 투게더 유 워크 온(Together We Walk on)’에서 ‘협력과 네트워크를 통한 한국교회 이주민선교 강화’를 대주제로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을 확인했다. 전국 이주민 사역자와 목회자, 선교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포럼은 이주민을 우리 사회의 주변인이 아니라 한국교회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갈 이웃으로 재정의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83만 7525명으로 이 중 약 240만명이 아시아 국적이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교회 이주민 사역의 언어가 ‘이주민 선교’에서 ‘이주민 목회·이주민 교회’로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개회 예배 설교에서는 빌립보서 2장을 본문으로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성경적 공동체의 구조와 질서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제시됐다. 단순히 ‘도와주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교회를 세우고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동역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2박 3일간 진행된 포럼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구조로 설계됐다. 첫째 날에는 지난 30여년간 한국 이주민 선교의 흐름과 주요 사례를 정리했다. 작은 이주민 교회를 지키며 오랜 기간 목회해 온 현장 사역자들의 간증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 나라 교회에 대한 소명을 붙드는 일의 중요성을 환기했다.
둘째 날에는 현재 구축된 협력 네트워크의 힘이 확인됐다. 인천외국인선교협의회, 김해 이주민선교협의회 등 지역 네트워크가 20여 개국 50여개 단체와 56개 교회, 71개 예배 모임을 연결해 온 경험이 공유됐다. 매주 온라인 기도 모임을 이어가는 200명 규모의 중보 네트워크와 전국 이주민 교회·단체를 지도 위에 표시한 데이터베이스 작업 결과도 소개돼 협력의 기반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셋째 날에는 미래 전략이 논의됐다. 목회 및 사회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교회의 미래 동향을 진단하는 강의가 진행됐다. 강사들은 급속한 고령화와 교세 감소, 1인 가구 증가, MZ·Z세대의 가치관 변화, 이주민 청년층과 한국 청년층의 유사한 생활양식 등을 제시하며 “예배의 갱신, 소그룹 돌봄, 작지만 건강한 이주민 교회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노화 상임대표는 “한국 사회가 외국인 정책에서 이민 정책으로, 단기순환에서 장기정착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며 “이주민은 이미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어, 법적 지위, 재정의 한계 속에서도 이주민 사역 현장을 지켜 온 교회와 단체, 선교사들의 눈물과 헌신이 오늘의 토대를 이루었다”며 “이번 포럼이 흩어져 있던 현장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폐회 예배에서는 암 수술을 앞둔 동역자를 위해 함께 기도하며 이주민과 한국교회가 한 몸으로 걸어갈 것을 다짐했다. KIMA는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이주민 교회와 사역기관 데이터베이스 확장, 지역별 네트워크 지원, 청년·TCK(다문화 가정 2세) 사역 모델 개발 등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