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마차도, 베네수 정권 탄압에 결국 시상식 불참

입력 2025-12-10 18:11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지난해 8월 28일 카라카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선거 관련 기록물을 들어 보이며 지지자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위원회 시상식에 결국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두로 정권의 강한 압박 속에서 은신 중인 마차도의 참석 여부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았으나 끝내 정치적 탄압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는 마차도가 시상식에 불참한다고 전했다. 크리스티안 베르그 하르프비켄 노벨연구소 소장은 NRK와의 인터뷰에서 “마차도는 시상식 당일 현재 오슬로에 있지 않으며 무대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NRK는 마차도의 딸 코리나 소사가 대신 상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르프비켄 소장은 “딸이 마차도를 대신해 수상할 예정이며 마차도가 직접 작성한 연설문을 낭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차도의 현재 위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차도의 모친과 세 딸 등 가족들은 이미 오슬로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 마차도가 참석할 예정이던 기자회견이 돌연 취소되면서 시상식 불참 가능성과 함께 신변 이상설까지 제기됐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기자회견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트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열리는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다.

마차도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 통치에 맞서 베네수엘라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공로로 지난 10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지난해 야당 예비선거에서 승리하며 대선에서 마두로에 도전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탄압으로 출마가 가로막혔다. 마차도가 공개석상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1월 9일 반정부 시위 때였다.

마차도가 수상을 위해 해외로 나설 경우 사실상 망명에 가까운 선택이 되는 만큼 그의 참석 여부는 큰 관심사였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마차도에게 범죄 모의, 테러 혐의를 적용하며 출국 시 ‘탈주범’으로 규정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