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쿠팡이 한국 법인의 수장을 전격 교체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쿠팡은 김범석 의장 최측근이자 미국 본사 2인자로 통하는 해롤드 로저스(Harold Rogers) 최고관리책임자(CAO)를 구원투수로 등판시켰다.
10일 쿠팡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박대준 대표이사가 사임했으며, 후임으로 해롤드 로저스 쿠팡Inc CAO 겸 법무총괄을 임시 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1977년생인 로저스 신임 대표는 미국 국적으로, 브리검 영 대학교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대형 로펌 시들리 오스틴(Sidley Austin) 파트너 변호사와 글로벌 통신기업 밀리콤(Millicom) 수석부사장 겸 최고 윤리준법책임자를 지냈다.
2020년 1월 쿠팡에 합류한 그는 김범석 의장과 하버드대 동문으로, 쿠팡Inc 내에서 김 의장에 이은 ‘2인자’이자 ‘복심’으로 꼽힌다. 2022년 주한 미국대사 등의 대구 풀필먼트센터 방문 행사나 2023년 사내 발명 독려 행사 등 한국 법인 주요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해왔다.
업계는 이번 인사를 두고 쿠팡이 법률 전문가인 로저스 대표를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한편 무너진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 등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본사 핵심 임원을 ‘긴급 소방수’로 투입했다는 것이다.
로저스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정보 보안 강화와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사내 메시지를 통해 “우리의 우선순위는 이번 사태를 철저히 대응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보안을 강화하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직을 안정시키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모든 팀을 지원하는 데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