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물류·해운기업인 현대글로비스가 완성차 해상운송 부문에서 그룹사보다 ‘외부 고객’ 차량을 더 많이 실어 나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기아 물량 중심이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올해는 비계열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의 올해 1~3분기 완성차 해상운송 누적 매출은 3조5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비계열 매출 비중은 약 52%로 파악됐다. 2021년 61%, 2022년 55%에서 2023년 48%, 2024년 43%까지 내려갔던 비계열 비중이 3년 만에 다시 50%대를 회복한 것이다.
지난 2년간 비계열 비중 하락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2023~2024년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면서 자연스럽게 계열 물량 비중이 높아졌고, 동시에 해외 생산 물량이 늘면서 한국에서 수출하는 물량이 줄었다. 여기에 완성차 수출 강세가 이어진 중국 자동차 업체들을 비롯해 유럽·미주 완성차 업체들의 발주가 늘면서 올해 비계열 비중이 다시 상승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유럽 OEM 3곳, 미주 OEM 2곳, 중국 브랜드 다수와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업체의 경우 한국과의 항로가 짧아 선박 회전율이 높고, 최근 중국 완성차 수출이 증가하면서 현대글로비스 선대 활용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회사는 자동차운반선(PCTC) 94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6500대적 중대형 선박 위주의 선대를 기반으로 글로벌 OEM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6500대적 선박은 현대차 아반떼 크기의 차량을 6500대 실을 수 있는 규모를 말한다. 현대글로비스는 1만대의 차량을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도 운용 중이다.
전체 실적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3분기 전체 매출은 약 22조원이며, 연간 기준으로는 2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28조4000억원을 다시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전체 매출에서 비계열 비중은 여전히 20%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국내 물류 부문은 영업점 운송·탁송·항구 이동 등 카 캐리어(트럭) 기반 내수 운송 대부분이 현대차·기아 물량으로 채워져 계열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현대글로비스는 중장기적으로 비계열 매출 확대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꼽고 있다. 2030년 매출 40조원 이상, 전체 매출 중 비계열 비중 40% 달성이 목표다. 글로벌 포워딩·해운·유통·배터리 재활용 등 주요 사업을 통해 외부 고객군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해외 OEM 물량을 늘려 비계열 매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