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학들, ‘AI 열풍’에 외국어 전공 통폐합 잇달아

입력 2025-12-10 15:58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있는 허난대 정저우캠퍼스 정문. 바이두

중국 대학들이 외국어학부를 통폐합하거나 신입생 모집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학과들을 재편 내지 재배치할 필요성이 커졌고 AI 통·번역 기술의 발전으로 외국어 전공의 인기가 낮아진 것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10일 중국 양성만보에 따르면 중국 허난대학과 상하이재경대학 등 다수의 대학이 외국어학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하거나 전공을 폐지했다.

지린성 지린대학은 기존 외국어학부와 공공외국어교육학부를 통합해 외국어문화학부를 신설했다. 장시성 신위대학은 외국어 전공을 새로 만든 인문학부에 통합했고 징더전도자기대학은 외국어학부를 기반으로 문화소통학부를 만들었다. 후난성 후난공업대학은 기존 문학언론학부와 외국어학부를 통합해 언어문화미디어학부를 설립했다.

중국 최고 명문대학인 베이징대학은 올해 장쑤성 조기 입시에서 외국어 전공 신입생 지원자가 부족해 차질을 빚었다.

최근 10여년간 대학들이 외국어 전공을 큰 폭으로 늘리면서 졸업생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난 점과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대학들이 학과 체계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이 영어 등 외국어 전공이 위축된 원인으로 꼽힌다.

12년 전인 2013년에는 중국에서 70개 대학이 비즈니스 영어과를 신설했고 46개 대학은 번역과를 새로 만들었다. 2016년에는 영어가 중국의 수능인 가오카오에서 두 번째로 많이 선택된 전공으로 선정됐다.

중국에는 지난 7월 기준 1308개 대학 중 984개 대학에 영어과가 설치돼 있어 전체 전공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까지 중국 전체 정규 대학의 연간 영어 전공 대학 졸업생은 10만명을 넘어섰다.

인문학 급팽창에 따른 교육의 질 저하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중국에선 1998년부터 2024년까지 인문학 전공 등록생은 14배 증가했지만, 과학 및 공학 전공 등록생은 7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부 대학의 인문학 전공은 질적 검증이 부족하고 차별성이 결여돼 있으며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선 AI 통·번역 기능을 통해 외국어 자료나 영상을 볼 수 있고 해외여행도 가능해 전공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매체는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심도 있는 문화 교류, 전문 문서의 정확한 해석, AI 번역에서 발생하는 ‘착시’ 현상을 파악하고 수정하는 데에는 여전히 전문 외국어 전문가의 참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