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최근 강연에서 “한국 정치는 인맥 정치”라며 “누가 성남시·경기도에서 함께 근무했는지, 누가 선거 때 도왔는지가 가장 기본”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10일 확인됐다. 정치권이 정책보다는 인맥을 우선시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 그룹인 ‘성남·경기 라인’을 우회적으로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권 장관은 지난달 27일 모교인 고려대의 상남정경관에서 ‘보훈, 미래를 위한 투자’ 주제로 강의하면서 “부동산 보유세를 내기 싫으면 (집을) 팔라고 하면되는데 그 간단한 걸 하지 못한다. 정책을 가지고 우리가 정치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는 인맥이다. 누가 성남시청에 같이 근무를 했나, 누가 경기도청에 같이 근무를 했나, 아니면 누가 내 당 대표 선거할 때 나를 도왔나, 이게 가장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권 장관은 “모든 인간사는 노력이 바탕이지만 큰 부분은 운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며 “누군가는 내가 이 대통령과 고향이 안동으로 같아 장관에 올랐다고 하지만 그것도 결국 자기 운”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자신의 과거 공천 탈락의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한때 친이명박계에 있었는데, 이후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니 ‘너는 이명박 편’이라며 완전히 제외됐다”며 “그 이전에는 고 이기택 전 (통합민주당) 총재를 모셨었는데, (한나라당이 창당될 때) 이 전 총재가 잘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결국 대장이 잘리면 그 밑은 다 죽는 것”이라며 “실제로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 가도 그렇다. 회사에 들어가서 내가 모셨던 부장이 이사 되고 사장 되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선 “지난 4월 이재명 캠프 측에서 사람이 찾아와 ‘당시 후보가 고향인 안동에서 지지율이 잘 나오지 않아 자존심이 상해 있다’고 하더라”며 “3선을 지낸 인물이 나서면 모양새가 좋으니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도 했다.
이같은 권 장관의 발언은 계파 변화와 정권 교체로 인한 공천 배제, 이 대통령 선거 지원 후 입각 경험 등을 예를 들며 한국 계파 정치의 한계를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인사 정책이 이 대통령과의 인연이나 선거 과정의 논공행상, 사적 인맥에 의한 것이라는 인식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권 장관은 국민일보 통화에서 “사적인 분위기에서 편하게 이야기한 개인적 경험담”이었다며 “서로 알아야 (사람을) 쓴다는 의미로, 나도 모르는 사람을 쓰라고 하면 못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인사 과정에서 인사권자의 인간적 신뢰가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했다는 뜻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