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된 ‘사전심사제’가 시행 7년째 제 역할을 못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는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을 채용하려 할 때 채용 사유·인원·기간의 적정성을 사전에 검토받도록 하는 절차다.
2018년 제도 시행 이후 잠시 감소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는 얼마 못 가 반등했고 현재는 제도 시행 전보다 큰 규모를 유지 중이다. 이에 정부는 사전심사제 실태조사에 착수했고 내년부터는 이 제도 관련 공공기관 직접 지도·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9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분석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체 규모는 2017년 34만9430명에서 2018년 26만5029명, 2019년 23만3375명까지 감소했다가 2020년 24만4655명으로 반등했다. 이후 2021년 27만7881명을 찍은 후 계속 27만명대를 유지 중이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최근의 비정규직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공공부문을 중앙행정기관, 자치단체, 교육기관,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 5개 영역으로 구분했을 때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모든 영역의 비정규직 규모가 줄었다. 그러나 지자체와 교육기관은 2019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서 정규직화 정책 추진 시점보다 더 큰 규모를 유지 중이다.
2019년 대비 비정규직이 100명 이상 증가한 지자체는 경기도청(693명 증가), 수원시청(596명 증가), 부산시청(380명 증가), 인천서구청(323명 증가) 등이다.
교육기관 중 2019년 대비 비정규직이 1000명 이상 증가한 곳은 서울시교육청(1만462명 증가), 경기도교육청(5503명 증가), 강원도립대학(3962명 증가), 경북도교육청(2198명) 순이다.
비정규직 규모의 증가를 두고 2018년부터 운영돼 온 사전심사제가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제도는 상시·지속 업무는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불가피하게 비정규직을 쓰는 경우 명확한 사유와 기간이 제시돼야 한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 기관 자율에 맡겨져 사실상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전심사의 주체가 주로 기관 내 재정담당 부서인 점도 지적했다. 남 소장은 “비정규직 채용이 결국 인건비 문제인데 비용 절감 부서에 사전심사를 맡기는 건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도 제보 등에 기반해 지난 7월부터 사전심사제 운영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각 기관의 자율 점검 결과를 취합 중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는 여력이 없어 사전심사제 관련 지도점검을 정부 차원에서 직접 나가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달에 5개 사업장 정도를 직접 나가 실태를 파악하고 내년부터는 감독국에 협조를 구해 본격적으로 지도·점검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