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청와대 복귀가 진행중인 가운데 여당이 추진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청와대 인근 집회는 원칙적으로는 금지돼 학계 등에선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범여권 정당에서도 반대 의사를 밝히며 파장이 커지자 해당 법안은 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다만 향후 통과 가능성은 남아있는 만큼 시민단체는 반대 목소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에 따르면 본회의에 부의된 집시법 개정안은 대통령 집무실을 100m 이내 옥외집회·시위 금지 장소에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집회 금지 장소는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으로 제한돼 있다. 다만 대통령 등의 직무를 방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단서조항을 붙였다.
하지만 개정안을 두고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지장소 범위는 담장을 기준으로 삼는다. 대통령 집무실이 집회 금지 장소에 추가되면 청와대 이전 후 대통령의 실제 업무공간인 본관이나 여민관 등과 동떨어진 곳에서 집회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정부 때는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도 시위가 가능했다”며 “최소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선 집회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걸 제한하겠다는 건 권위주의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서조항을 두고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집회 개최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청와대 인근 집회는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헌법에서 금지한 사전 검열에 해당돼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과 기본소득당 등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집시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은 무산됐다. 다만 시민단체들은 집시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인 만큼 법안의 부당성을 계속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는 “이번 집시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을 향해 정당한 목소리를 내려는 시민들에게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대한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조민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