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안수 전 육참총장, 계엄날 전방부대 차출해 국회 투입검토”

입력 2025-12-09 16:30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이한형 기자

12·3 비상계엄 당시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당시 계엄사령관)이 전방부대 병력을 차출해 국회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증언이 9일 나왔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이 해제된 직후 합참을 찾아 2차 계엄을 언급한 정황도 법정에서 거론됐다.

비상계엄 당시 합동참모본부에서 근무했던 장교 A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이날 열린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의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이날 이름, 소속, 계급 등을 밝히지 않길 요청했고 재판부는 익명 증언을 허용했다. 그는 “박 전 총장이 전방에 있는 특공여단을 지원하는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며 “국회에 출동한 군 병력이 밀린다는 뉴스를 보고 그렇게 이야기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합참 작전회의실 내 TV가 계엄 초반 켜지지 않아 당시 국회 표결 상황에 대해서 몰랐다는 다른 증인들의 진술과 달리 A씨는 “국회에 병력이 투입되는 시점부터 TV를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대답했다. A씨는 박 전 총장이 ‘국회의원 정족수’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고받는 것을 봤다고도 주장했다.

A씨는 계엄 해제 요구가 의결된 직후 윤 전 대통령이 합참 전투통제실 결심지원실을 찾아 김 전 장관 등을 질책한 상황에 대해서도 진술했다. 결심지원실은 군 수뇌부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군 보안시설로 윤 전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곧바로 선포하지 않고 이곳에서 30분간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이 ‘핑계’, ‘그러게 잡으라고 했잖아요’라고 말한 것이 기억나고 ‘다시 걸면 된다’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이 “두 번 세 번 하면 된다”는 말을 했냐고 묻는 질문에도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A씨는 군사재판에서 두 번 세 번 거는 대상이 무엇이냐고 생각했냐는 질문을 받고 “비상계엄이라 생각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A씨는 해당 이야기를 들은 뒤 충격을 받아 실무자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의원들부터 잡으라 했잖아요’ 등의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주신문 내내 특검 측이 유도신문을 하고 있다 주장하며 끼어들었지만 재판부는 “유도신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신문을 계속하도록 했다.

김 전 장관 측이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아 즉석 검증이 이뤄지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김 전 장관 측은 A씨의 진술과 달리 결심지원실 회의 상황 관련 설명을 30초 만에 입력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당시 A씨가 보낸 내용을 증언대에서 다시 입력해 볼 것을 요구했다. A씨는 휴대폰 메모장에 해당 내용을 15초 만에 입력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