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중인 남편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아내가 항소심에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인 점 등이 인정돼 감형받았다.
광주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의영)는 9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50대)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신병적 우울증과 불면증에 환각 증상까지 동반, 현실 검증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남편의 ‘자신 없다’는 말을 듣자 남편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 자녀들의 부담감 등으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26일 오전 11시30분쯤 광주 광산구 호남고속도로 동광산 나들목(IC)을 100여m 앞두고 정차한 차량 안에서 남편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남편과 함께 세상을 등지려 한 A씨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남편을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이후 자신도 자해해 중상을 입고 구조돼 치료를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할지라도 간병·보호가 필요한 배우자를 살해한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다만 결혼 이후 범행 전까지 원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했던 점, 남편의 발병 이후 3개월여 정성껏 간병한 점, 아버지를 잃은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이 거듭 선처를 호소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다시 정했다”고 판시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