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내란특검 조사를 받을 당시 ‘플리바게닝’(수사 재판 조력자 감면제도) 제안을 수차례 받았다고 8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주장했다. 증언이 나오자 윤 전 대통령 측은 곧바로 ‘수사거래’ 시도가 드러났다며 위법 수사 주장을 꺼내 들었다. 특검 측은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제도를 노 전 사령관에게 설명한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노 전 사령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조사 당시 특검이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관련 진술을 하면 편의를 봐주겠다는 제안을 수차례 했다고 증언했다. 노 전 사령관은 “(플리바게닝 제도가 포함된 개정 특검법) 시행 전에 제안을 두어 번 했고. 법안이 공포된 이후에도 했다”며 “윤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외환 (혐의와) 관련해 몇 가지를 진술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라면 버티기 어려운 제안이었다”라면서도 모두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플리바게닝은 피의자가 수사에 협조하거나 공범의 범죄를 밝히는 대가로 형벌을 감경해주는 제도다. 지난 9월 26일 특검법이 개정되며 관련 조항이 포함됐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 측이 구체적인 내용을 거듭 묻자 특검이 크게 4가지 진술을 요청했다고 밝히며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이 한 가지 있었고, 아예 불러준 것도 있었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내용에 대해서는 “증언하면 파장이 크다”, “말하면 제 재판에 칼이 들어온다”라고 밝히며 설명을 거부했다.
그는 특검 측이 진술을 강요한 적은 없다면서도 “특검 측이 실명을 거론하며 ‘다 이렇게 (제안에 응해 진술을) 했는데 당신만 굳이 버티냐’는 취지로 물어보시더라”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곧바로 특검 측이 위법 수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검 측이 법 개정 이전 플리바게닝 제안을 했다면 위법이라며 법적 조처를 하겠다고도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이 진술한 것처럼 다른 피의자들이 플리바게닝 제안에 응했다면 이 역시 문제라는 것이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앞서 플리바게닝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며 재판부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에게 플리바게닝 제도와 그 취지를 설명한 것일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공지문을 통해 “플리바게닝 제도는 내란 특검 수사의 특성을 고려한 특검의 건의로 신설된 조항이다”라며 “법 개정을 전후해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공개적으로 부탁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허위 진술 강요 등을 운운하는 것은 실체를 왜곡하고, 공소유지를 방해하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맞받았다.
노 전 사령관은 이날 특검 측이 계엄 사전 모의 혐의의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노상원 수첩’에 대해서도 일부 증언했다. 해당 수첩에는 정치·사회계 인사의 명단, ‘국회 봉쇄’, ‘역행사(계엄 실행 저지) 대비’, ‘차기 대선 대비 모든 좌파 세력 붕괴시킨다’ 등의 메모가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구체적인 메모 작성 시기에 대해 “2024년 4월 총선 이전에 작성했다 단정할 수 없다”라면서도 “제 기억엔 총선 승리 후 법적인 기반을 구축한 후에 계엄을 해야 하는 거 아니겠냐는 취지였다”고 발언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