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쿠팡의 국내 법인뿐만 아니라 미국 본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이 이뤄질 전망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해 소비자의 피해를 배상하고 쿠팡의 지배구조를 명확히 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현지 법인 로펌 SJKP는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모기업인 쿠팡 Inc.를 상대로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소비자 집단소송을 공식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국일 대륜 경영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쿠팡 본사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돼 있고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기업”이라며 “미국 사법시스템의 강력한 칼날로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배상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Inc.는 쿠팡 한국법인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다.
김 경영대표는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과 별개로 미국 소송은 독자적으로 진행된다”며 “한국이 소비자 피해 배상에 집중한다면 미국은 상장사의 지배구조 실패와 공시의무 위반을 다루는, 본질적으로 차별화된 소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재판과 무관하게 미국 법원에서 쿠팡 모회사를 상대로 별개의 법리 다툼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경영대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국 소송에 참여한 약 200명이 미국 소송에도 동시 참여했다. 소송인 또한 계속해 증가 중이다.
김 경영대표는 “쿠팡 본사의 역할은 한국의 민사소송으로는 밝혀지기 어렵다”며 “미 소송은 미국 본사와 한국 법인 간의 관계에서 본사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송인이 추가되는 대로 가급적 연내 미 법원에 소 제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어 중대한 과실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배상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미국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T모바일의 2021년 전·현직 고객 및 잠재적 고객 766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비자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T모바일은 합의금으로 3억5000만달러(약 5100억원)를 지출했다. 이와 별개로 사내 보안시스템 강화에 최소1억5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법원에 약속했다.
김 경영대표는 “과거 선례를 토대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기업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쿠팡의 지배구조·위험관리 의무 위반을 근거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의 공식 사과와 소비자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박대준 쿠팡 한국법인 대표는 김 이사회 의장을 올해 국내에서 만난 적이 없다며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해왔다. 쿠팡 Inc.는 미국에 상장돼 있으며 김 의장 또한 미국인으로 이번 사고와 관련이 없다는 취지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