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전쟁 직격탄 맞은 농민들에게 17조 현금 뿌리기

입력 2025-12-09 06:2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농민들과의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120억 달러(약17조 6000억원) 규모의 농민 지원 정책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관세 전쟁으로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관세 전쟁으로 미국 농부들이 타격을 받았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120억 달러는 막대한 금액”이라며 “국내 농산물 생산을 극대화하는 것이 미국을 다시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식료품 가격을 낮추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원은 관세 수입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우리는 수년간 우리를 이용해 온 나라들로부터 많은 돈을 벌고 있고 그중 일부를 농민들에게 돌려줄 것”이라며 “농민들은 미국 경제의 척추이며 그들은 나를 좋아한다. 투표 추세를 보면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120억 달러 중 110억 달러는 대두와 옥수수, 면화, 쌀 등을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일회성 지원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나머지 10억 달러는 특수 작물에 지원될 예정이다.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은 지원금이 (내년) 2월 28일까지 지급이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롤린스 농무장관뿐 아니라 농민들도 직접 참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생활비 부담과 물가 상승 등 경제 정책에서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날 발표된 농민 지원 대책도 같은 맥락이다.

농민들은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층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 들어 관세 전쟁으로 대두와 수수 등 농작물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서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불만이 커졌다. 특히 중국과의 관세 전쟁 이후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대두 농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트럼프는 지난 10월 한국 부산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1200만t의 대두 구매를 약속하며 ‘휴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재까지 중국은 280만t의 대두만 구매해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중국이 내년 2월 말까지 약속한 분량의 대두를 구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농민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 정책에 감사를 나타내면서도 근본적으로는 농산물 판매 자체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케일럽 래그랜드 미국 대두협회 회장은 AP통신에 “지원이 시작된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도 “우리는 다른 자금 조달 기회를 모색해야 하고, 시장 활성화에 힘써야 한다.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농산물 판매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트럼프의 관세는 우리 농민들을 짓누르고 있으며 식량 재배 비용을 증가시키고 농민들을 파산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농민들이 필요한 건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지 그가 망쳐버린 시장에 대한 위로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