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명 함께 “영원히 god”…‘국민그룹’ 위엄 증명한 3시간

입력 2025-12-09 05:05
2025 god 콘서트 ‘아이코닉 박스’. 젬스톤이엔엠 제공

“우리가 다시 뭉쳐 공연한 지 11년이 됐는데, 신기하게도 매년 느낌이 달라요. 오늘의 느낌은 ‘어? (팬들도 이제) 나랑 비슷해지네? 이렇게 같이 (나이 들어) 가는구나. 너무 사랑스럽다’는 거예요.”

멤버 윤계상의 말에 객석에선 까르륵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모두가 공감한다는 의미였다. 데뷔 27년 차 그룹 god(지오디)와 팬들의 관계는 ‘동반자’ 혹은 ‘가족’이라는 말로 설명된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함께 울고 웃으며 길고 긴 곡절의 세월을 지나쳐 왔다. 그 끈끈한 유대와 깊은 사랑은 매 공연을 가득 채우는 ‘하늘색 물결’로 확인된다.

‘국민 그룹’ 타이틀이 붙는 국내 유일의 그룹 god가 5~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연말 공연인 2025 god 콘서트 ‘아이코닉 박스’(2025 god CONCERT ‘ICONIC BOX’)를 개최했다. 전 좌석을 개방하는 360도 공연에도 전 회차 4만석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배우로 활동 중인 윤계상까지 다섯 멤버가 함께했다. 멤버 탈퇴와 재결합을 거친 god에게 ‘5명 완전체’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2025 god 콘서트 ‘아이코닉 박스’. 젬스톤이엔엠 제공

1세대 아이돌 가운데 최고의 관객 동원력을 자랑하는 그룹이다. god가 지금도 공연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사랑받는 비결은 대중성을 겸비한 훌륭한 음악 덕분이다. 현 K팝 시장을 이끄는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함께 곡 작업에 참여한 최초의 아이돌이 아니던가. god 콘서트에는 팬뿐 아니라 그 시절 음악을 들으러 발걸음하는 일반 관객도 상당수다.

‘믿고 보는’ 퍼포먼스와 능숙한 무대 매너가 공연의 완성도를 보장한다.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과감히 ‘100회 콘서트’를 열었던 베테랑답다. 이번 공연은 멤버 손호영·김태우가 공동 연출을 맡았다. ‘아이코닉 박스’라는 타이틀에는 ‘god와 팬들이 함께한 27년간의 기억과 추억을 담은 선물 같은 공연’이란 의미를 담았다. 상자의 6개 면이 펼쳐진 형태로 무대를 꾸몄고, 천장에 설치된 스크린도 4개 면의 상자 모양이었다.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god는 3시간 넘게 이어진 공연에서 무려 25곡을 선보였다. god의 상징과도 같은 히트곡 ‘거짓말’ ‘애수’ ‘니가 있어야 할 곳’으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팬들의 힘찬 ‘떼창’은 시작부터 계속됐다. 초반 6곡을 연달아 부르고서야 오프닝 멘트에 나선 멤버들은 “언제까지 멘트 없이 노래만 하나 싶었을 거다. 여기까지가 우리(체력)의 한계”라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너스레를 떨었다.

2025 god 콘서트 ‘아이코닉 박스’. 젬스톤이엔엠 제공

하늘색 풍선 모양의 야광봉을 든 팬들이 펼친 ‘파도타기’는 거세게 넘실대는 바다처럼 장관을 이뤘다. 김태우는 “경기장 끝까지 채워준 팬과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윤계상은 “오프닝 때 문이 열리고 여러분을 바라볼 때마다 매번 놀랍고 짜릿하다”며 감격해했다. 안데니는 “우리가 지금까지 이렇게 공연할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은 여러분”이라고 말했다.

‘길’ ‘어머님께’ ‘촛불하나’ 등의 대표곡들은 god가 왜 국민 그룹으로 불리는지를 다시금 실감케 했다. 지치고 힘든 이들을 위로하는 가사가 여느 아이돌의 그것과 차별화된다. ‘모르죠’ ‘왜’ ‘니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등 숨은 명곡과 ‘미운오리새끼’ ‘하늘색 약속’ ‘스탠드 업’ 등 재결합 이후 발표한 8집 수록곡도 뜨거운 환호를 끌어냈다. ‘관찰’ ‘프라이데이 나이트’ ‘영프로(0%)’ 등 신나는 리듬의 댄스곡에서는 관객도 다 같이 일어나 뛰고 춤추며 함께 노래했다.

원조 ‘팬송’인 ‘하늘색 풍선’은 불변의 앵콜곡이다. 하이라이트는 공연에서 처음 선보이는 ‘노래 불러줘요’ 무대였다. 가수 아이유가 피처링한 부분을 팬들의 목소리로 채웠다. ‘노래 불러줘요/ 멋진 목소리로/ 달콤한 위로가 되어줘요.’(팬) ‘너를 위해 언제까지나/ 사랑의 노래를 불러줄게/ Song for you.’(태우) god와 팬들의 특별한 듀엣곡은 그렇게 완성됐다.

2025 god 콘서트 ‘아이코닉 박스’. 젬스톤이엔엠 제공

국내 최고령 아이돌인 69년생 리더 박준형은 “무대 뒤에서 계상이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내 나이 거의 60, 너희는 50 가까이 됐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러 와준 게 진짜 고마운 거’라고”라며 “이 나이에도 이렇게 에너지 넘치게 무대를 할 수 있는 건 전부 여러분 덕분이다. 여러분 자신을 위해 박수 쳐 달라”고 했다.

손호영은 애정 가득한 눈으로 객석을 바라보며 “이건 우리가 매일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늘 마법 같고, 신기하고, 감사하다. 우리의 빈 부분을 여러분이 무사히 채워 줬다”며 고마워했다. 윤계상도 “이 자리에서 바라보는 광경은 먼 훗날 내가 죽을 때 생각나는 장면일 거 같다”면서 “여러분 사랑하고, 또 만나요”라고 애틋한 인사를 남겼다.

안데니는 “우리가 함께 만드는 추억과 노래, 공연을 앞으로도 우리의 상자 안에 잘 담아 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태우는 “‘리빙 레전드’라는 거창한 수식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는 노래를 하는 가수로 존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다섯 멤버가 다 같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지금까지 god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god입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