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30% 줄었다” ‘탈 쿠팡’ 행렬에 소상공인 직격타

입력 2025-12-08 17:26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물품을 옮기고 있다. 이한형 기자

카메라 부품 판매업에 종사하는 김모(24)씨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연일 노심초사하고 있다. ‘탈쿠팡’(쿠팡 이탈) 움직임이 이어지면서다. 김씨는 “업자들 사이 주문이 줄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특히 직구 상품의 주문 감소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에게 쿠팡은 핵심 플랫폼이다. 입점 업체 입장에서는 그래서 탈팡조차 쉽지 않다. 그는 “매출의 80% 이상이 쿠팡에서 발생해 수수료 부담이 커도 옮기지 못했는데, 이용자 이탈이 본격화되면 생계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탈팡 규모는 얼마나 될까. 회원 수가 얼마나 줄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활성이용자 수 변화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8일 데이터 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쿠팡 일간활성이용자(DAU) 수는 1617만7757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 1일과 비교하면 181만명가량 줄었다. 카드 결제자 수도 같은 날 262만명으로 최근 한 달간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태 초기 계정 확인이나 탈퇴를 위한 방문이 몰리며 이용자 수가 증가했으나 이같은 목적의 방문이 줄면서 이용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여파가 소상공인들에게로 확산되고 있다. 탈팡 행렬에 주문량이 급감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한 식품 판매업자는 “지난 3일부터 매출이 거의 반 토막 났다”고 했다.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 입점업체들도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한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오모씨는 “사태 이후 쿠팡이츠 주문이 20% 정도 줄었다”며 “쿠팡이 대처를 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토스트 가게를 운영하는 한 점주도 “쿠팡이츠 주문이 0~1건인 날도 있다. 이렇게 주문이 없는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쿠팡을 주요 생계 기반으로 삼는 소상공인의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쿠팡과 거래하는 소상공인 파트너는 2023년 기준 약 23만명, 거래금액은 12조원 규모에 달한다. 쿠팡 2025 임팩트 리포트에서도 입점 판매자의 75%가 중소상공인으로 나타났다.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쿠팡에 최대 1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수수료 인상이나 광고비 조정 등 비용 전가에 대한 판매자들의 불안감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쿠팡을 주거래 쇼핑몰로 둔 중소기업이 쿠팡에 지급하는 비용은 쿠팡에서 발생한 매출의 20.6% 수준으로 전체 평균(18.8%)보다 높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쿠팡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연합회는 “지난해 쿠팡 매출의 약 30%를 소상공인이 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보 유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입점 소상공인들의 매출 손실 및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효성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