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두고 나홀로 하산…체감 -20도 방치 끝 ‘사망’

입력 2025-12-08 17:03
숨진 케르스틴 구르트너와 그의 연인. 뉴욕포스트·장례식장 홈페이지 캡처

한 여성이 오스트리아 최고봉 그로스글로크너(해발 3798m)에서 6시간 동안 방치돼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당국은 그의 남자친구를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탈진과 저체온증으로 움직이지 못하던 여자친구를 6시간 동안 방치해 사망에 이르도록 했다고 본 것이다.

더선 등 외신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월 벌어졌다. 숨진 여성은 오스트리아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글로스글로크너 산을 등반하던 중 정상까지 약 50m 남긴 지점에서 탈진과 저체온증, 방향 감각 상실 등으로 더 이상 이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하지만 동행하던 남성은 거동할 수 없는 여자친구를 산 위에 남겨둔 채 하산했고 여성은 약 6시간30분 동안 홀로 방치된 끝에 동사했다. 남성은 숙련된 등반가였으나 고지대 등반 경험이 거의 없는 여자친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등반을 감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등반하면서 비상 장비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으며, 남성이 하산할 때 여성을 바람을 피할 장소로 옮기거나 최소한의 보온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이 조난 상황에 빠진 건 전날 오후 8시50분쯤이었지만 남성은 인근을 수색하던 경찰 헬기에도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경찰의 반복적인 연락 역시 남성이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해둬 받지 못했다.

남성이 구조 요청을 한 시점은 다음날 오전 3시30분이었다. 그러나 강풍 탓에 헬기 출동이 늦어졌고 오전 10시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여성은 숨진 상태였다. 등반 당시 풍속은 시속 46마일(약 74㎞)에 달했으며 기온은 영하 8도,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에 달했다.

수사 당국은 숙련된 등반가였던 남성이 고지대 경험이 부족한 여자친구를 무리하게 데리고 산에 오른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남성 측 변호인은 “비극적인 사고일 뿐”이라며 “사건의 결과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판은 오는 2월 19일 인스브루크 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