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남아선호 현상에 따른 출생 성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대대적인 인구정책 개편에 나선다.
8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정부는 약 125조동(6조9625억원) 규모의 건강·인구 프로그램 정책을 발표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핵심은 2030년까지 출생 성비를 109명 미만, 2035년까지 107명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다. 출생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수를 의미한다.
최근 베트남의 성비는 자연 성비인 104~106명을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의 평균 출생 성비는 111.4명이다. 특히 수도 하노이의 출생 성비가 118.1명에 이르고 박닌성·흥옌성·타이응우옌성 등 일부 지역은 120명을 넘어섰다.
유엔 인구국 통계에서도 베트남은 2023년 기준 217개국 중 네 번째로 성비 불균형이 큰 국가로 나타났다. 한국이 과거 남아선호 문제를 극복하고 2023년 105명 수준으로 안정된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원인으로 베트남 내 남아선호 문화를 지적한다. 베트남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 경제활동 참가율과 여성 임원·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세계 평균을 웃돌지만 가정 내 인식은 과거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빈부 격차와 교육 수준 등에 관계없이 ‘아들을 통해 가계를 이어간다’는 관념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베트남 정부는 성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딸 낳기 장려’ 정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보건부는 지난 7월 인구법 초안에서 농촌·취약계층 중 두 딸을 낳은 가정에 현금 또는 생필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이퐁·허우장·박리에우 등 일부 지방정부는 이미 유사한 정책을 시범 도입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성별 선택 관행을 막기 위한 규제도 강화한다. 성별 선택 시술 등에 부과되는 행정벌도 기존 3000만 동(약 167만원)에서 최대 1억 동(약 557만원)으로 상향하고, 태아의 성별을 부모에게 공개한 의사에게는 면허를 박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앙티톰 보건부 인구청 부국장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4년에는 15~49세 남성이 여성보다 150만 명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