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끊는 게 아니라 영혼 회복” 알코올 중독자 90% 변화시킨 비밀

입력 2025-12-08 15:52 수정 2025-12-08 20:21
픽사베이

20여년 전 영등포역 노숙인이었던 50대 남성은 현재 중독 회복 사역자로서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들을 돌보고 있다. 중독자 가정에서 자란 한 여성은 여러 회복의 과정을 거쳐 목회자가 됐다. 그는 서울의 한 중형교회에서 노숙인 100여명을 위한 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노숙인들은 술만 끊은 게 아니라 영혼도 회복됐다.

기독교국제금주학교(CITS) 대표 김도형(71) 목사가 40년 가까이 중독자 회복 사역을 통해 변화된 이들의 모습이다. 정신병원에서도 포기한 중증 중독자 400여명이 그의 손을 거쳐 새 삶을 찾았다. 그중 20%는 완전히 회복된 삶을 살고 있다.

“중독 치료는 술만 끊는 게 아닙니다. 한 영혼을 회복시키는 일입니다.”

사랑만으론 뛰어들기 어려운 한계

최근 서울 구로구 새움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의 말이다. 그는 “목회자들이 중독에 대한 기초 지식 없이 무조건 사랑과 긍휼만으로 접근하면 실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도형 목사

그러면서 “노숙인 중독자를 무작정 교회로 데려왔는데 그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교회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목회자가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교회를 아예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전국 6만여개 교회 중 중독 사역을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는 신학교에 중독학과 개설을 주장하지만 아직 한국교회의 관심은 미약한 편이다. 김 목사가 확신하는 것은 심리상담만으로는 중독을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심리학은 사람의 내면 근원을 정확히 진단할 수 없습니다. 정신과 의사들이 중독에 대해 불치의 병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재발의 우려 때문입니다. 중독은 사단이 사람의 지적·정적·의지적인 부분을 망가뜨린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회복을 원한다면 사람의 근원을 바꿔야 합니다. 일상이 망가진 이들의 근원을 바꾸는 건 복음밖에 없어요.”

예수님 닮아가는 여정

이런 확신에서 탄생한 것이 김 목사의 ‘전인화 프로그램’이다. 기독교국제금주학교는 그동안 82회기에 걸쳐 예수 그리스도를 모델로 지적·정적·의지적 영역과 생활 환경까지 총체적으로 회복시키고 있다.

먼저 건강 검진과 병원 치료로 육체를 회복시킨다. 심리적으로 안정되면 지적 치료가 시작된다.

“술에 대해 기분 좋은 것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에게 로마서 13장 13~14절 등 술과 관련된 구절을 알려줍니다.” 중독자를 대상으로 귀납법적으로 상담하며 현재 중독이 나타난 원인과 결과 등을 깨닫게 하면 결국 회개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정적 치료에는 김 목사가 개발한 관광 치료가 있다. 중독자들을 바닷가나 명산으로 데려가 자연을 오감으로 누리게 한다. 의지적 치료에서는 한 단계씩 목표를 상향해 중독자가 작은 성취감을 얻도록 한다. “중독자에게 너무 높은 목표를 제시하면 조금도 마음에 닿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중학교 검정고시 합격에 기뻐하는 중독자에게 “이제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기 위해 나가보자”라며 목표를 조금씩 올려주는 식이다. 최종 목표는 김 목사처럼 자신의 어려움과 회복 과정을 자양분 삼아 중독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김 목사가 중독자만큼 더 신경 쓰는 대상이 있다. 바로 가족이다. “중독자 가정을 도우면 가족에게 60%를 할애합니다. 부모와 배우자, 자녀가 겪는 어려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는 가족 치료를 ‘가족 강화’로 부른다. 그동안 중독자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부분만 강화해 오히려 정상 가정보다 더 높은 행복감을 누리게 한다.

90% 변화, 20%의 완전 회복

지난 40년간 전인화 프로그램을 거친 중독자는 약 400여명. “10명을 교육하면 90%가 새롭게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중 완전히 회복된 사람들은 20%죠.” 나머지 90%도 예전과 완전히 다르다. 술을 마셔도 폭력과 폭언이 없어지고 위로의 말을 하게 된다.

완전히 회복된 이들 중에는 목회자, 환경단체 대표, 대기업 생산직 리더 등이 있다. 김 목사가 섬기는 새움교회 성도 50여명은 모두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한 중독 회복 전문가들이다.

김도형 목사

중독 사역에서는 경제적 자립도 중요하다. 13년 전 김 목사의 장남이 시작한 ‘더업코리아’ 쿠키 공장에는 정규 직원 10명, 아르바이트 30~40명이 근무한다. 이곳은 중독에서 회복된 이들의 터전이 됐다.

김 목사는 “중독자들을 공부시켜 중독 전문가로 만들거나 기술을 가르쳐 경제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회복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독자들을 회복시켜서 이들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0년을 달려온 그에게도 힘든 순간이 있었다. 중독자 사역자로 세우기 위해 큰 노력과 공을 들인 이들이 김 목사의 곁을 떠날 때 뼈아프다고 했다. 그동안 박사까지 세운 일꾼 중 70%가 생계 문제로 떠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김 목사는 “남은 30%의 사역자들과 지금도 지역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며 중독 사역을 돕는 아내의 지지와 헌신이 지금까지 저를 지탱시켜줬다”고 전했다.

40년을 달려온 김 목사는 중독 회복의 열쇠를 복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심리학도 의학도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의 근원을 바꾸는 건 오직 복음뿐입니다. 한국교회가 중독 사역에 관심을 두고 전문성을 갖춘다면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