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해군 신형 고속정 4척 진수… ‘참수리급’ 세대교체

입력 2025-12-08 15:33 수정 2025-12-08 16:01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진수된 PKMR Batch-Ⅱ 고속정. 230t급 워터제트 추진 고속정으로 130mm 유도로켓과 76mm 함포 등을 탑재했다. / HJ중공업 제공

HJ중공업이 건조한 해군의 신형 고속정 4척이 부산 앞바다에서 동시에 진수됐다. 1980~90년대부터 연안 방어의 핵심 전력으로 운용돼 온 ‘참수리(PKM)’급을 대체하는 차기 고속정(PKMR·Patrol boat Killer Medium Rocket)으로, 해군은 이번 ‘Batch-Ⅱ’ 1~4번 함정 진수를 통해 연안 전력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HJ중공업은 8일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해군의 신형 고속정 4척에 대한 통합진수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이날 진수된 고속정은 ‘참수리-231·232·233·235호정’이며, 2022년 HJ중공업과 건조 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해 착공식, 지난 1월 기공식을 거쳐 이날 진수됐다. 진수식에는 안상민 해군 군수사령관(소장), 방위사업청 지상혁 함정사업부장 직무대리(해군 대령),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오른쪽에서 네 번째 HJ중공업 유상철 대표와 다섯 번째 김명아 여사, 여섯 번째 안상민 해군 군수사령관(소장)이 통합진수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 HJ중공업 제공

행사는 해군 전통에 따라 군수사령관 배우자인 김명아 여사가 함정의 진수 줄을 절단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새로 건조된 함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어 내빈들이 오색 테이프를 절단하고 샴페인을 선체에 깨뜨리며 안전항해를 기원했다. 이러한 진수 의식은 신형 함정의 탄생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절차다.

신형 고속정(PKMR)은 230t급(길이 44m·폭 7m·높이 4m) 함정으로 최대 약 74㎞/h(40노트)의 속력으로 연근해 작전이 가능하다. 기존 150t급 참수리급(PKM)이 담당해 온 연안 감시·대침투 임무를 계승하면서도, 전투 성능은 한층 강화됐다. Batch-Ⅱ 모델은 130㎜ 유도 로켓, 76㎜ 함포, 12.7㎜ 원격사격통제체계 등 기존 무장을 유지하면서 전투 체계 통합 기능과 전자전 대응 능력(항재밍 능력)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유도 로켓과 원격사격체계를 전투 체계와 직접 연동해 실전 운용성이 높아졌으며, 탐색레이더·전자광학추적장치 성능도 개선됐다.

참수리-231·232·233·235호정 주요 제원. /해군 제공

해군은 신형 고속정이 전력화되면 북한 특수전 부대의 침투 대응, NLL 일대의 상황 대응 등 연안·북방 해역에서의 작전 수행 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Batch-Ⅱ는 ‘Batch-I’ 대비 전투 통제 체계 조작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해 승조원의 작전 대응 속도도 높였다.

HJ중공업은 앞서 Batch-I 사업에서도 발주된 16척을 전량 건조해 해군에 인도했으며, Batch-Ⅱ 사업 또한 현재까지 발주된 12척을 모두 수주했다. 1972년 첫 국산 고속정 건조를 시작으로 50여 년간 함정 기술력을 축적해 온 국내 대표 함정 방산기업으로, 이번 고속정 역시 설계부터 건조까지 100% 자체 기술로 제작됐다.

HJ중공업 관계자는 “2016년 첫 신형 고속정을 진수한 이후 지금까지 총 20척을 성공적으로 건조했다”며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을 기반으로 K-방산 경쟁력을 높이는 데 계속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수된 ‘참수리-231~235호정’은 시운전과 각종 검증 절차를 거쳐 내년 8월부터 11월까지 차례대로 해군에 인도된다. 이후 전력화 과정을 거쳐 최전방 해역에서 연안 감시·대침투 작전에 배치될 예정이다. 해군은 차기 고속정이 낡은 참수리급을 안정적으로 대체하면서 연안 방어 전력의 세대교체를 완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안상민 해군 군수사령관은 “최신예 고속정은 정밀한 전자전 장비와 첨단 전투체계를 갖춰 부여된 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상혁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 직무대리는 “NLL을 지켜온 기존 고속정을 대체해 대한민국 연안을 더욱 확고하게 방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