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원’은 첫 주연을 맡은 작품이라 의미가 커요. 이 작품으로 뉴욕 아시안 영화제(NYAFF)에 초청받았을 때도 실감이 안 났어요. 너무 감격스러워 눈물이 나려는 걸 애써 참았죠.”
영화 ‘정보원’으로 스크린 주연 데뷔를 한 배우 서민주(37)는 설레는 표정으로 얘기했다.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그는 “이 작품을 찍으면서 연기 욕심이 더 생겼다. 주면에서 칭찬을 받기도,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기도 하면서 앞으로 뭘 준비해야 할지 계획이 잡혔다”고 말했다.
‘정보원’은 수사 실패로 강등당한 뒤 일에 대한 열정을 잃고 ‘한탕’을 꿈꾸는 형사 오남혁(허성태)이 그의 정보원 조태봉(조복래)과 거대 범죄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물이다. 극 중 서민주는 오남혁의 짝사랑 상대이자 열정 넘치는 허당 형사 이소영 역을 맡았다.
액션 연습에만 5~6개월간 매달렸다. 그는 “평소 필라테스 등의 운동을 하지만 앞구르기나 돌려차기 같은 무술은 접해본 적이 없었다”며 “액션스쿨에서 기본 동작부터 열심히 배웠다. 액션 합을 맞추는 건 영상을 찍어 반복해 보며 익혔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결국 다 해냈다”며 웃어 보였다.
형사 역할을 현실감 있게 소화하기 위해 실제 경찰서에 한 달여간 상주하며 캐릭터 연구를 했다. 연기 특강을 통해 만난 선배 박중훈에게 전수받은 ‘팁’이었다. 시간 여유가 있는 경찰에게 포승줄 묶는 법이나 총을 꺼내 범인을 제압하는 법 등을 틈틈이 배워 자연스러운 몸놀림을 익혔다.
서민주는 “예컨대 형사들은 보통 무거운 코트 대신 활동성 있는 바람막이 점퍼를 입더라. 이런 식으로 관찰한 내용을 의상 결정 등 캐릭터 구상에 활용했다”며 “실제 내 모습이 아닌 극 중 인물로 보이고자 최대한 노력했다. 미스코리아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공대 출신으로 대학원까지 같은 전공을 한 서민주는 애초에 배우를 꿈꾸지 않았다. 석사를 딴 뒤 일반 회사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2013년 취업 준비를 앞두고 우연한 계기로 지원한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미’에 뽑히며 새로운 길이 열렸다. 2년간의 미스코리아 활동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학원에 다니며 연기를 배웠다.
서민주는 “연기를 해보니 점차 흥미가 생겼고, 작은 기회들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서른 살이던 2017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단역으로 데뷔하게 됐다”며 “조급해하지 않고 그 시간을 잘 보냈다. ‘엄청난 대스타가 되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 나갈 뿐이었다”고 돌이켰다.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선배 허성태에게 공감과 위로를 얻기도 했다. 허성태도 대기업을 다니다 30대 중반에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이력이 있다. 서민주는 “선배님은 버스 안에서 연기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연락을 받고 50분 만에 결정을 내렸다더라”며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오랜 단역 시절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 곁에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앞으로도 배우의 길을 무던히 걸어 나갈 거라고 서민주는 얘기했다. “배우로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 분야에서 쓰이고 싶어요. 매번 ‘한 작품만 더 하자’는 생각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려고요. 계속해서 배우고, 도전하며,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오리라 믿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