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에는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의미의 ‘변동불거(變動不居)’가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7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2025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1위는 33.94%가 선택한 ‘변동불거’였다. 양일모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지난 연말 계엄령이 선포됐고 올봄에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탄핵했다. 결국 정권이 교체됐고 계엄의 실체를 둘러싼 공방으로 여야는 내내 치열하게 대결했다”며 “세상을 농락하던 고위급 인사들이 어느덧 초췌한 모습으로 법정을 드나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라한 국내의 정치판과는 달리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세계인의 감성을 흔들었다. 해외에서 갑자기 날아온 K컬처의 위력은 한국 정치의 감점을 만회하고도 남았다”며 “격동하는 한국 현대사의 또 한 면을 채운 을사년이 무심하게 저물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K컬처의 성공, APEC 개최를 통해 국가 위상이 높아졌지만 국내외적 불안 요인은 지속되고 있다”며 “‘변동불거’는 한국 사회가 거센 변동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으며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에 안정과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시대적 메시지를 상징한다”고 했다.
2위는 26.37%의 선택을 받은 ‘천명미상(天命靡常)’이었다. ‘하늘의 뜻은 일정하지 않다’는 뜻으로 세상과 민심의 변화에 순응하지 않으면 천명이 옮겨간다는 의미다.
3위는 ‘추지약무(趨之若鶩)’로 20.76%가 선택했다. ‘오리 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닌다’는 의미로 사실 검증보다는 감정적 반응이 앞서며 국론이 출렁이는 불안정성 심화 세태를 비판했다.
4위는 ‘입에는 꿀이 있고 배 속에는 칼이 있다’는 ‘구밀복검’(口蜜腹劍·10.31%)이다. 교수들은 정치권에서 비롯된 사회적 가치와 이념에 대한 관점의 분열로 의견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위는 ‘강약약강(强弱弱强)’로 8.62%의 지지를 받았다. 힘의 격차가 이전보다 더 벌어져 불평등이 심화하는 구조적 문제를 언급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