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문제에 메시지를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백악관 참모들이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내년 중간선거에서 참패를 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트럼프가 경제 관련 전국 순회 연설을 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최근 백악관 고위 참모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메시지를 유권자 관심사인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에 초점을 맞추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에는 참모들이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소셜미디어 반응까지 제시하면서 트럼프에게 메시지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WSJ는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임금을 인상하고 주택 비용을 절감하며,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행정부가 어떤 조처를 하고 있는지를 더 많이 이야기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가 취임 첫해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 외교 문제에 시간을 쏟은 만큼, 2년 차인 내년에는 경제 문제로 메시지를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 초 전국을 돌며 경제 중심 연설을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트럼프는 이번 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찾아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에 대해 연설을 할 예정이다.
그동안 트럼프는 물가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 책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트럼프는 지난주 각료회의에서도 “민주당이 말하는 ‘생활비 부담’이라는 단어는 가짜 프레임”이라며 “그 단어는 민주당이 만든 사기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는 최근에도 트루스소셜에 “바이든이 생활비 부담 위기를 초래했다. 나는 이 문제와 다른 모든 것들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의원들이 물가 문제를 강조하면서 트럼프와 갈등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1기 비서실장을 지낸 라인스 프리버스는 이날 ABC방송에 나와 “경제가 회복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 문제 해결에 대한 조급함이 가중되면서 물가 부담으로 공격받는 점이 대통령을 짜증 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물가 상승 원인으로 바이든 정부를 지목하고 있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에도 물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9월 기준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 상승했으며 식품 가격은 3.1%, 에너지 가격은 2.8% 올랐다. 기업들도 대통령의 관세로 발생한 비용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했다”며 “최신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2.7%인 반면, 반대하는 응답은 53.3%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대선 패배 이후 방황하던 민주당은 물가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지난달 뉴욕시장 선거 등 지방선거를 싹쓸이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의 생활비 위기는 현실이다. 그리고 트럼프 집권 이후 더 악화됐다”며 “대통령은 이 위기가 사기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의 정책이 오히려 국민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가계의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부인하는 태도는 대중의 호응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많은 미국인이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트럼프를 지지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탓으로 돌리는 전략은 단기적 효과만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