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49)이 미성년 시절 저지른 범죄로 은퇴 선언을 한 것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법적 처벌을 통해 이미 죗값을 치렀다는 입장과 피해자 입장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지낸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응당한 법적 제재를 받은 소년이 어두운 과거에 함몰되지 않고 수십년 노력해 사회적 인정을 받는 수준까지 이른 것은 상찬받을 일”이라며 “이런 생매장 시도에 조진웅이 일체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건 아주 잘못된 해결책”이라고 적었다. 조진웅이 배우로서 성공한 것은 일종의 사회적 교화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한 교수는 “연예인은 대중 인기를 의식해야 하기에 어쩌면 가장 취약한 존재”라며 “남 따라 돌 던지는 우매함에 가세 말고 현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했다. 그러면서 “도전과 좌절을 이겨내는 또 하나의 인간상을 그에게서 보고 싶다”며 조진웅을 응원했다.
반면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교수의 이 같은 의견에 반박했다. 박 교수는 조진웅의 과거사 보도를 ‘생매장’이라고 표현한 한 교수에게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의 보도는) 국민이 주변 사물과 사람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실을 밝혀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 “전두환과 노태우가 법에 대한 처벌을 받았다고 해서 국민들이 그들의 내란 및 학살이라는 과거를 근거로 그들을 비난할 수 없는가”라고 반문하며 “국민은 사람들을 평가함에 있어서 사법처리를 이미 받은 사안은 반드시 평가 대상에서 삭제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번 논쟁에서 ‘피해자’가 배제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를 대리했던 김재련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년범을 품어야 한다는 사람들 맘속에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 들어 있으려나? 그렇지 않다면 그 입 다물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또 “진영 논리에 갇힌 사람들의 모순된 인식을 드러낸 사건 같다”며 “모 배우는 특정 진영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이 그 배우에게는 결국 독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형사책임을 졌으니 아무 문제 없다는 취지의 특정 진영 사람들 글을 보며 과연 그들이 상대 진영과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해 왔는지, 앞으로도 그러할 것인지 심히 의문이 들었다”며 “진영 논리가 삼켜버린 인권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한편 조진웅은 지난 6일 배우 은퇴를 선언했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특가법상 강도·강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소년원에 송치됐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조진웅의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는 보도 당일 “배우에게 확인한 결과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단 성폭행과 관련한 행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조진웅은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며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