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아이 모두 즐기는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럴’이랍니다”

입력 2025-12-06 06:00
표상아(왼쪽) 연출가와 채현원 안무가가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뮤지컬단의 ‘크리스마스 캐럴’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c)세종문화회관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크리스마스 시즌을 대표하는 소설이다. 우리나라에는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돈밖에 모르는 구두쇠 스크루지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유령이 된 죽은 친구의 방문을 받은 뒤 세 정령을 만나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로 본 뒤 개과천선한다는 이야기다. 원작이 워낙 아이들에게 많이 읽히는 만큼 공연계에서도 가족 뮤지컬로 종종 만들어진다.

근래 창작뮤지컬 제작에 전념하는 서울시뮤지컬단이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크리스마스 캐럴’(5~2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을 선택했다. 연말 특화 레퍼토리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표상아(38) 연출가와 채현원(42) 안무가는 “이번 작품은 아이들이 보는 극을 어른이 따라와서 보는 게 아니라, 어른이 보는 극을 아이들도 재밌게 보도록 만들었다. 어른도 아이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가족 뮤지컬을 지향했다. 연말에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쇼쇼쇼’로 방향성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의 대본과 음악은 어린이 뮤지컬 ‘장수탕 선녀님’의 정준 작가와 조한나 작곡가 콤비가 맡았다. 서울시뮤지컬단은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문학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하면서 보여준 정준-조한나 콤비의 서정적 스토리텔링과 음악을 보고 ‘크리스마스 캐럴’의 무대화를 의뢰했다. 이번 ‘크리스마스 캐럴’이 그동안 국내에서 만들어진 여러 동명 뮤지컬과 다른 점은 정령을 1인 3역으로 설정한 것이다. 캐릭터의 상징성과 무대 연출의 극적 밀도를 강화하기 위해 김덕희 단장이 정준 작가에게 요청했다. 여기에 표상아 연출가는 정령과 함께 병정들을 등장시켜 독특한 앙상블을 보여준다.


표상아 연출가는 “1인 3역의 정령과 이 정령을 따라다니는 병정들이 우리 작품에서 매력적인 요소다. 정령과 병정들이 무대를 자유롭게 누비면서 뮤지컬다운 쇼를 보여준다”면서 “정령은 한 배우가 다양한 연기적 재미와 미묘한 변화의 뉘앙스를 입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준다. 또 병정들은 마치 발레 ‘호두까기 인형’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잘 보여주면서도 유쾌하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병정들의 경우 장면 전환과 소품 이동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작품과 관련해 정령 외에도 구세군 캐릭터가 1인 3역이다. 과거, 현재, 미래에 다양한 나이대의 모습으로 등장한다”고 귀띔했다.

이번 작품에는 뮤지컬에 처음 데뷔하는 7세 아역배우부터 최고령 60세까지의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호흡하며 극이 전달하는 화해와 공감의 메시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 채현원 안무가는 “이번 작품은 우리가 평소 접하는 뮤지컬과 달리 출연 배우들의 연령대가 정말 다양하다. 물론 드라마에 맞게 배우들의 움직임을 짜지만, 1964년생부터 2018년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가 한 무대에 서니 특별히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따뜻한 드라마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을 중시한다는 채 안무가는 “커튼콜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공연 내내 숨죽여 보던 관객들이 자유롭게 박수칠 수 있는 시간이다. 그 박수를 받는 배우들도 행복하지만, 관객들 역시 공연의 즐거움을 가지고 돌아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