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전 본부장 “국힘·민주, 양쪽에 어프로치 하는 입장이었다”

입력 2025-12-05 19:54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뉴시스

통일교 정교유착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5일 자신의 재판에서 통일교가 국민의힘 뿐만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에게도 수년 간 접근했다고 밝혔다. 통일교가 지난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을 편파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증언이다. 그러자 특검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대선 선거운동 당시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직접 만나고 싶어했지만 한 총재 측이 원치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윤 전 본부장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열린 자신의 업무상 횡령,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피고인 신문 중 윤 전 본부장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인사 중) 두명은 한 총재한테도 왔다 갔다. (이들) 지원에 대한 부분도 수사 당시 말했다. 현직 장관급 등 4명과 국회의원 리스트를 (특검에)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윤 전 본부장은 이들의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가 대선 직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에 대해서도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과의 만남 역시 주선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성사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특검은 2022년 2월 28일 윤 전 본부장과 이현영 전 세계평화가정연합 부회장 사이의 통화 녹취를 제시했다. 통화에서 윤 전 본부장은 이 전 부회장에게 “이재명 쪽에서도 다이렉트(직접)로 어머니 뵈려고 전화가 왔어요. 그런데 어머니(한 총재)의 의도야 클린한데 그걸 우리 다시 우리가 어프로치(접근)하고 이럴 수는 없는 거고”라고 말한다. 이어 “제 생각에 그래서 그때 펜스(전 미국 부통령)하고 윤석열을 어프로치 해 준 거예요”라고도 말한다. 통일교 내부 관계자들끼리의 대화에서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이 한 총재와의 만남을 시도했다는 언급이 나온 것이다.

특검은 녹취를 공개한 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원하려는) 한학자의 의중이 있었기 때문에 이재명이 직접 한 총재를 보려고 하는데 접근할 수 없다고 명확하게 대화를 한다”고 지적했다. 특검 측이 윤 전 본부장에게 “오늘 피고인 신문에 답변했던 내용하고 다른데 어떻게 생각하냐”라고 묻자 윤 전 본부장은 “그 부분은 진술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특검 측은 이날 통일교가 ‘2022년 한반도 평화 서밋’을 준비할 당시 윤 전 본부장의 카카오톡 메시지도 재차 공개했다. 통일교 관계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윤 전 본부장은 ‘우리 서밋의 목적은 한국 대선의 폭발력을 갖는 것이다’라고 적는다. 특검 측이 “(펜스 전 부통령이) 양측 대통령 후보를 모두 만난다고 하면 대선에서 폭발력을 가질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윤 전 본부장은 “펜스라는 거물급 정치인이 (통일교가 의도한 그대로) 따라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일 윤 전 본부장에 대한 결심공판을 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검찰이 제시한 녹취서를 받고 의견을 내겠다는 윤 전 본부장 변호인의 요청으로 마무리가 미뤄졌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