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중 일정 마지막 날인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쓰촨성 청두에서 비공식 만남을 가졌다. 시 주석이 베이징이 아닌 지역 일정을 외국 정상과 함께 동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중국 정부가 유럽연합과의 관계에서 프랑스를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파격적 예우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중국 남서부 청두 두장옌에서 비공식 일정을 함께 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은 2박 3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프랑스로 복귀했다. 로이터 통신은 전날 시 주석이 지역 일정까지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하는 것은 파격적 예우라고 전했다. 이날도 유럽 2위 경제 대국 정상이기에 보여준 이례적 제스처라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두 정상이 오늘 방문한 두장옌 댐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청두 주변의 물 흐름을 관리해왔다. 판다의 고향으로도 불리는 청두에는 자이언트 판다 기지가 위치해있다. 비공식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기 전 오전 청두 진청후 공원에서 일행들과 조깅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마크롱 대통령이 조깅하는 모습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확산하면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에서 화제가 됐다.
이날 중국은 2027년 프랑스에 암수컷 판다 한 쌍을 추가로 보낼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는 “프랑스 보발 동물원과의 판다 협력을 연장하는 협약을 체결했다”며 “2027년쯤 새로운 판다 한 쌍을 보발 동물원에 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협력 기간은 10년으로 설정됐다.
현재 프랑스에는 판다 두 마리만이 남아있다. 2012년 판다 외교의 일환으로 ‘환환’과 ‘위안쯔’라는 이름의 판다 한 쌍을 프랑스에 대여했다. 2027년 초 중국으로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암컷 판다 환환이 신부전증 진단을 받아 지난달 조기 귀환했다.
중국의 이번 발표는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간 상징적 교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날 두 정상은 정상회담을 열고 외교·통상 현안에서 양국 간 이견을 좁히고 협력을 확대해나가겠다는 공동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항공우주, 원자력, 고령화 대응, 판다 보존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12개 협력 문서를 체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중 강경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유럽과 거리를 좁히는 우회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이 협력 강화를 약속했지만 현실적으로 따르는 정치적 제약이 많다고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EV)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에 프랑스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프랑스와 중국 간 무역 긴장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프랑스산 코냑에 최저 판매가를 매기며 보복에 나섰고, EU산 유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벌이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