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피어오른 인디게임의 열기가 겨울 초입의 찬 바람을 무색케했다. 5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한 ‘비버롹스 2025’ 전시장에는 평일 낮임에도 개발자를 꿈꾸는 20대 청년층 관람객이 북적였다.
남녀 비율이 거의 반반으로 보일 정도로 다양한 관람층이 모인 게 특히 눈에 띄었다. 대부분이 인디게임 개발자를 지망하는 ‘예비 창작자’들이다.
현장에 들어서자 각기 다른 세계관을 가진 게임들이 빼곡하게 늘어선 부스가 시야를 메웠다.
인디게임사 트라이펄게임즈의 신작 ‘VEDA’는 소울라이크 특유의 난이도 높은 전투에 로그라이트 성장 구조를 더해 진입장벽을 낮춘 점이 특징으로 느껴졌다.
시연대 앞에는 경험자와 초심자가 뒤섞여 게임을 즐겼다. 개발자들은 관람객의 플레이 패턴을 진지한 표정으로 분석하며 메모를 남겼다.
한 개발자는 “이런 자리에서는 잠을 줄여서라도 플레이 피드백을 더 많이 듣는다. 실시간 반응은 개발 과정에서 얻기 힘든 자산”이라며 웃었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정통파 픽셀 아티스트’를 자처하는 ‘빗빛’ 작가의 ‘Face Invader(얼굴도트 침공)’ 이벤트가 큰 인기였다. 관람객의 얼굴을 즉석에서 픽셀 캐리커처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부스 앞에는 사진 촬영을 기다리는 줄이 계속 이어졌다. 그림이 완성될 때마다 환호가 터져 나올 만큼 인기가 높았다.
올해 비버롹스에는 온라인 포함 총 281개 인디게임 개발팀이 참여했다. ‘용사식당’으로 인디게임상을 수상한 팀 타파스의 신작 ‘마녀의 정원’, 동영상 편집툴 구조를 게임화한 퍼즐 플랫포머 ‘영상편집자’, AI 기술을 핵심 메커니즘으로 삼은 ‘수상한 편의점’, 노동의 강도와 루틴을 독창적으로 해석한 ‘XX물류센터’ 등 신선한 실험작들이 대거 출품됐다.
해외 출품작도 30여 개 팀이 참가했다. 디지털 펫 육성 게임 ‘Yolk Heroes’, 창문 청소부의 꿈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 ‘SKY THE SCRAPER’ 등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세계관의 작품들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스마일게이트 퓨처랩은 네이버웹툰과 협업한 ‘비버잼’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된 웹툰 IP 기반 프로토타입 게임을 이번 행사에서 처음 공개했다. ‘아웃오브인덱스(OOI)’ 실험게임 특별부스와 ‘산나비’ 특별전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무대 행사에서는 유명 인디 개발자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강단 앞에는 청년들이 빼곡했다. 연사의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현장에서는 관람객 전원에게 실물 ‘가이드&퀘스트북’이 제공된다. 전시 동선과 미션을 따라 이동하며 각 게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초심자도 자연스럽게 인디게임을 즐기고 이해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미션을 수행하면 비버롹스·로스트아크 굿즈를 받을 수 있어 관람 몰입도를 높였다.
행사는 올해로 4회째다. 지난해까지 누적 2만8000여 명이 방문한 국내 대표 인디게임 축제다. 올해부터는 열정적인 인디게임 창작자들이 세상을 뒤흔드는(Rock) 축제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비버롹스’로 변경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