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공지능(AI) 전문 인력이 6만명에 근접했지만 그중 16%는 일터를 해외에서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같은 고급 인재의 유출을 막고 국내 기업의 인재 수요를 충당하려면 글로벌 수준에 걸맞은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5일 박근용 싱가포르국립대 조교수,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팀장 등이 공동 연구한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 보고서를 발표하고 지난해 기준 한국의 AI 전문 인력은 약 5만7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고용 전문 소셜미디어(SNS)인 링크드인에서 2010년부터 지난해 사이 한국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한국인 근로자 표본 약 110만명을 수집해 도출해낸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기간 동안 한국인 AI 전문 인력의 규모는 2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석·박사 보유자가 58%에 달할 만큼 고학력자의 비중이 높았고 전공은 공학계열이 64%로 가장 많았다. 다만 AI 인재의 증가 속도나 인구 대비 규모는 주요국에 비해서도 양호했던 반면, 절대적인 규모는 미국(78만명), 영국(11만명) 등 주요 선진국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한은은 특히 AI 전문 인재들의 높은 이직률과 빈번한 해외 이동을 문제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술 보유자의 해외 근무 비중은 전체 근로자에 비해 약 6% 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전체 인력의 약 16%에 해당하는 1만1000명이 해외에서 직장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절반이 넘는 6300명이 미국에서 근무 중이었다.
주요 AI 선도국과 비교했을 때 약소한 한국의 보상 체계가 인재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AI 기술을 보유한 근로자는 일반 근로자에 비해 약 6% 높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AI 기술 보유에 따른 미국의 임금 프리미엄은 약 25%에 달했다.
자연히 국내 기업들은 늘어나는 AI 인력 수요에도 불구하고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은이 지난 10월 국내 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의 69%, 중견기업의 68.7%는 물론 중소기업(56.2%)도 다수가 AI 인력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AI 인력 채용 시 애로 사항으로 대기업들이 가장 많이 꼽은 답변은 ‘숙련 인재 부족(27.4%)’였다.
보고서를 집필한 오 팀장은 “AI 인재 양성을 위한 경력 개발 경로를 구축하고,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와 연구 환경을 조성해 우수한 인력이 국내에 지속적으로 유입·정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