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범죄’ 논란에도…美 “마약 밀수선 타격, 4명 살해”

입력 2025-12-05 16:37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마약 밀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대해 ‘2차 공격’으로 생존자를 살해한 사건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전쟁범죄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마약 밀수선으로 의심되는 중미 선박을 타격해 4명을 살해했다.

미군 남부사령부는 4일(현지시간) 엑스에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제 해역에서 지정 테러 조직이 운용하던 선박에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정보 분석 결과 해당 선박은 불법 마약을 실은 채 동태평양의 주요 밀매 항로를 따라 이동 중이었다”며 “선박에 타고 있던 남성 마약 테러리스트 4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령부는 엑스에 해당 선박이 타격으로 폭파돼 화염에 휩싸이는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번 작전은 앞서 미군이 지난 9월 베네수엘라 선박에 대한 2차 공격으로 전원을 사살하자 국제법 위반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작전이다. 미국 현지 언론은 거센 비판 속에서도 3주 만에 작전을 재개한 데에는 대외적 신호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사지 뉴스위크는 “이번 공습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작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사람을 죽이는 해상 작전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차로 격침된 선박에 매달려 있는 생존자 2명에 대해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전원 살해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 내 법률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위는 전시법, 평시법을 모두 위반한 ‘전쟁범죄’라고 지적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WP의 보도가 가짜뉴스라며 생존자 2차 공격은 현장 지휘관이 내린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을 헤그세스 장관이 전쟁범죄를 지시했다며 탄핵 심판을 추진 중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