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난 10월 경상수지 흑자가 직전 달의 절반인 68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급감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고환율의 배경으로 주목받는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 증가 규모는 경상수지 흑자의 2배 넘게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지난 10월 경상수지는 68억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직전 9월(134억7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 흑자 폭이다. 구체적으로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78억2000만 달러로 9월(142억2000만 달러) 대비 크게 줄었음. 반도체(25.2%) 수출은 호조를 지속했지만 철강(-14.1%), 승용차(-12.6%) 등 정보기술(IT) 이외 부문에서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이는 10월 초 이어진 추석 연휴와 선박 수출 조정 등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여러 일시적 요인으로 흑자 규모가 축소됐지만, 11월부터는 명절효과가 사라지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경상수지 규모가 100억 달러 이상 회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1~10월 누적 흑자 규모는 895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16.9% 증가해 사상 최대치 경신에 여전히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최근 1470원 안팎의 높은 원·달러 환율을 형성한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된 내국인의 해외 투자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한은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투자와 내국인 해외투자를 비교한 금융계정은 10월 들어 순자산이 68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대부분 연기금·개인투자자 등의 해외 주식 투자 증가세 때문이었다. 10월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는 172억7000만 달러로 집계돼 지난 2월(132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는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가 인공지능(AI) 업황 기대감에 힘입어 180억4000만 달러 증가했다. 같은 기간 채권 투자는 7억6000만 달러 줄었다.
이 같은 내국인의 해외 증권 투자 흐름은 지난달에도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한은의 예측이다. 송 부장은 “예탁원 통계를 보면 11월에도 10월보다는 조금 약하지만 해외 주식 투자를 중심으로 증권투자 증가세가 이어지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