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균형발전 해법 아냐”… 부산시, ‘해양경제 AI 대전환’ 본격 시동

입력 2025-12-05 02:39 수정 2025-12-05 03:02
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그랜드머큐어앰배서더 창원에서 열린 2025 영남미래포럼 종합토론에 참석한 성희엽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창원=권현구기자

“인공지능(AI)이 균형발전의 해법이 될 수도 있지만, 잘못 설계하면 수도권 집중을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성희엽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은 4일 창원에서 열린 ‘2025 영남미래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 도입만으로 지역 불균형이 해소된다는 단순한 접근을 경계하며 AI라는 수단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 정책 자체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부시장은 우리나라 균형발전 논의를 산업화 시기부터 혁신도시 조성까지 흐름으로 설명했다. 그는 “1세대 산업화 전략은 효과가 컸지만, 지역 불균형을 전제로 한 영남 중심 구조였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 이후 공공기관 이전 등 시도가 있었지만, 실제 데이터로 보면 수도권 집중을 되돌리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행 지역조사부의 연구 논문을 언급하며 자신의 관점이 바뀌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성 부시장은 “중소 도시에 공공기관을 옮기는 방식보다, 대도시 권역을 중심으로 산업과 인재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균형발전에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을 보고 큰 공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는 지역 간 경쟁 단위를 ‘시·도’가 아닌 ‘초광역 대도시권’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정책 흐름과 맞닿아 있다.

AI 시대의 균형발전 담론이 기술 중심으로 흐르는 점도 우려했다. 성 부시장은 “AI 투자 규모가 수백조~천조 원대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전력·인재가 수도권에 집중되면 수도권의 힘이 더 커질 수 있다”며 “AI라는 기술만 붙인다고 균형발전이 이뤄지는 게 아니며, 기초 체계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산시, 해양경제 대전환 추진
성 부시장은 이어 부산이 준비 중인 해양경제 구조 개편 전략을 공개했다. 부산은 해양수산부 이전 이전부터 △산업 혁신 △공간 혁신 △인재 혁신 △북극항로 대응을 중심으로 해양경제 재편을 준비해 왔다.

그는 “우리나라 해양·수산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낮지만, 첨단화와 북극항로 시대 대응 전략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면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해양대의 해저탐사·해양로봇·해양과학기술 육성 사례도 언급하며 “부산대·해양대·수산대가 연구·대학원 기능부터라도 통합해야 경쟁력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핵심은 공간 혁신이다. 성 부시장은 “로테르담 같은 해양도시는 항만보다 배후도시에서 더 높은 부가가치가 나온다”고 말했다. 부산은 북항·신항 일대를 연구·서비스·첨단산업이 결합한 복합 경제지대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부산 산업의 가장 큰 약점으로 항공물류 경쟁력 부족을 지적했다. 성 부시장은 “한국 항공물류의 98%가 인천공항을 통해 처리되고, 부산은 2%에 불과하다”며 “첨단 산업은 고부가 소형화물이 중심이라 공항 인프라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경남·부산 모두 공항이 있어야 산업이 산다”며 공항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 WAVE 프로젝트… 북극항로·AI 항만·해양방산 3대 축
부산의 해양경제 전략 중 가장 큰 축은 웨이브(WAVE) 프로젝트다. 시는 지난 9월 이 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내년 상반기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추진하고 있다. WAVE 프로젝트는 △AI 기반 북극항로 스마트 해운(AX), △초격차 AI 항만도시 조성, △AI 기반 해양방산 산업 육성으로 구성된다. 2027년부터 본격 사업화가 예상된다.

성 부시장은 “부산은 부·울·경 전체를 하나의 해양·물류 AI 시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며 “부산항·가덕신공항·지역 대학·도시공간이 결합하면 글로벌 해양경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 부시장은 북극항로, 해양첨단산업, 항만배후 혁신, 대학 통합 연구체제 등 여러 전략이 맞물릴 때 부산이 ‘해양경제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부산의 잠재력은 해양·항만·물류·대학·도시공간이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결합할 때 비로소 실현된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 균형발전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구조 설계의 문제이며, 부산은 이를 전략적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