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WDC 전략 공개… 디자인으로 산업·도시·생활 전면 재편

입력 2025-12-05 02:39
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그랜드머큐어앰배서더 창원에서 2025 영남미래포럼 종합토론이 열리고 있다. 창원=권현구기자

부산시가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 2028) 지정을 계기로 디자인을 도시 경쟁력의 핵심축으로 삼는 전략을 본격 추진한다. 성희엽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은 4일 창원에서 열린 ‘2025 영남미래포럼’에서 디자인을 단순한 심미 요소가 아니라 도시 문제 해결과 산업 경쟁력 혁신의 실질적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부시장은 부산이 디자인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품 디자인이나 공공 디자인을 넘어 도시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디자인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디자인본부’를 신설해 도시·공간·교통·생활환경을 대상으로 새로운 디자인 체계를 구축해 왔다. 그는 “지난 1년 반 동안 도시 문제를 진단하며 정책 설계를 진행했고, WDC 선정 이후 이 작업이 도시 전반 혁신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성희엽 부산시 미래혁신부시장이 4일 창원에서 열린 ‘2025 영남미래포럼’에서 디자인을 활용한 도시·산업 전환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부산은 WDC 2028 지정을 계기로 디자인을 도시경쟁력의 핵심축으로 삼는 대전환에 나섰다. 창원=권현구기자

디자인이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되는 사례도 제시됐다. 범죄예방 골목길 디자인(CPTED), 대중교통 정류장 사용자 경험(UX) 개선 등 생활안전을 높이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부산시는 시민 제안을 전문가·디자인진흥원 검토를 거쳐 정책으로 반영하는 ‘시민 공감 디자인’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이 광주를 제치고 WDC에 선정된 이유도 설명했다. 성 부시장은 “광주는 디자인 기반이 강한 도시지만, 부산은 산업·공간·도시정책을 디자인과 결합해 종합적 혁신모델로 제시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이 디자인을 전략 축으로 삼는 이유를 산업 경쟁력 약화와 생산성 정체에서 찾았다. 성 부시장은 “부산의 GRDP는 110조원대지만 산업별 부가가치 생산능력이 낮아 기업이 청년에게 충분한 임금을 주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경쟁력 저하의 근본 원인은 생산성”이라며 “전통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창의 기반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은 구조 개편을 이끄는 전략 도구가 된다. 성 부시장은 “디자인은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도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이 수도권과 격차를 벌린 근본 원인이 낮은 생산성과 전환 지체에 있다”며 “AI와 디자인을 결합해 산업 경쟁력, 임금 수준, 도시 서비스 품질의 격차를 구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도시 기능과 산업 생태계를 디자인 관점에서 재정렬하겠다는 전략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성 부시장은 부산이 과거 세계적 신발·패션 중심지였지만, 산업 전환 시점을 놓치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산업 비중이 5% 이하로 떨어진 지금 구조 전환이 늦어질수록 생산성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대학 구조 개편을 통한 해양·AI·디자인 융합 인재 양성, 공공공간·대중교통·원도심 재설계를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 기업 혁신을 위한 디자인 서비스·창업 생태계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성 부시장은 “부산은 디자인을 도시 문제 해결과 미래 산업 전환의 도구로 활용할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WDC 2028은 도시 전체를 다시 설계할 최초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부산이 디자인 기반 혁신의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