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에 연탄을 후원하는 비영리단체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연탄은행)은 올해 목표치인 500만장을 아직 채우지 못했다. 연탄은행은 매달 한 가구에 연탄 200~300장을 제공하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5일 “경기불황이 후원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고 기업들도 전반적으로 움츠러들고 있다”며 “탄광 폐쇄로 인해 연탄공장이 폐업하면서 연탄 가격과 운송비가 잇따라 올랐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을 향한 기부 온정이 예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가 12·3 비상계엄 여파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의 여파로 장기화한 탓이다. 주요 구호단체들은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는데도 목표치를 달성할 길이 어려워졌다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개인과 기업의 연탄 후원이 감소세를 보인다. 연탄은행은 매년 연탄 300만장 모으기 캠페인을 진행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99만4243장을 모으는 데 그쳤다. 2023년 402만9155장과 비교하면 약 25% 감소했다. 올해도 11월 기준 누적된 연탄이 89만898장으로 전체 목표치 500만장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월별 현황도 감소 폭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연탄 후원은 겨울철인 11~2월에 집중되는데, 올해 11월 한 달 모금량은 40만7146장으로 지난해(74만2940장) 대비 45%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삼천리 연탄공장이 문을 닫았다. 공급이 줄고 물류비와 유통비가 줄줄이 인상돼 연탄 1장당 가격이 800원에서 900원으로 올랐다. 허 대표는 “성탄절을 앞두고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탄 수요는 그대로인데 후원 감소로 어르신들에게 나눌 연탄 물량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대표적 거리 모금 활동 단체인 구세군도 상황은 비슷하다. 구세군에 따르면 전국 자선냄비 모금액은 2022년 22억7000만원, 2023년 21억7000만원, 2024년 21억2000만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구세군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사회 불안정이 이어져 모금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단순한 모금 독려를 넘어 시민 참여를 넓히는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선냄비 봉사자 박모(42)씨는 “3년째 봉사에 참여하는데 올해는 확실히 기부 손길이 줄었다는 게 체감된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구호 단체의 후원 감소는 꽤 오래 전부터 진행된 현상이면서 경기 침체와 고물가 여파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구호단체도 시대 흐름에 맞춰 기부 방식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