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협력 강화와 가자지구 재건·우크라이나 평화 문제 등을 논의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회담한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모든 간섭을 배제하고 중국과 프랑스 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기꺼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국은 책임 있는 독립적 자주 대국으로 세계의 다극화와 인류의 단결·협력을 추진하는 건설적인 힘”이라며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포용적인 경제 세계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항공·우주·원자력 등 전통 분야 협력을 공고히 하고 녹색경제·디지털경제·바이오의약·인공지능·신에너지 등 신흥 분야 협력 잠재력을 발굴하자”면서 “중국은 우수한 프랑스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할 것이고 더 많은 프랑스 기업의 중국 진출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에 대해선 “디커플링은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고 보호주의는 산업 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국제무역 환경을 악화할 것”이라며 “중국과 유럽은 동반자 관계를 이어가며 개방적 태도로 협력해 양측 관계가 독립·자주적이고 협력 상생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팔레스타인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한 공동 노력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팔레스타인에 1억 달러를 제공해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완화하고 복구·재건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평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하며 각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공정하고 지속적이며 모든 당사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구속력 있는 평화 합의에 이르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중국과 프랑스 간의 대화가 중요하다”면서 “지정학적 안정, 경제 재균형, 환경적 지속가능성이라는 긍정적인 3중 의제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경제 재균형은 경제 구조가 특정 지역이나 국가, 산업, 부문, 무역 관계 등에 지나치게 치우쳐 발생하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평소 EU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과의 협력이 우크라이나의 평화에 결정적”이라며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우크라이나 등 전쟁의 영향을 받는 지역을 위해 계속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또 양국 간에 “때때로 의견 차이가 있지만 더 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이를 극복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라며 “프랑스가 주요 7개국(G7) 의장국을 맡은 내년에 주요 국가들,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과 함께 글로벌 경제 불균형과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고 제안했다.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원자력, 농식품, 교육, 생태환경 등의 분야에서 협력 문서 서명식을 지켜봤다.
회담에 앞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인민대회당 베이다팅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브리지트 여사 환영 행사를 열었다. 양국 정상이 사열대에 오르고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톈안먼 광장에서는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의 안내로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임 기간 네 번째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중은 지난해 중국과 프랑스의 수교 60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데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뤄졌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로 세계 경제가 침체 위험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을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이자 미국에 대한 대체 시장으로 내세우고자 한다”며 “마크롱 대통령은 외교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프랑스 산업을 위한 상업 거래를 확보해 2027년 대선에 대비하려 한다”고 짚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