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시대 美 소비자, 신용카드 대신 ‘이것’ 택했다

입력 2025-12-04 16:37 수정 2025-12-04 16:47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 AP연합뉴스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구매 후결제’(BNPL·Buy Now, Pay Later)가 대안 결제 수단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높은 할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신용카드 대신, 여러 차례에 걸친 무이자 분할 결제를 앞세운 BNPL은 ‘신용 이력’이 짧은 젊은층이 적극 활용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최대 쇼핑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기간 수백만명의 소비자들이 BNPL 서비스를 이용해 재정적 부담을 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BNPL 업체인 클라르나는 올해 3분기까지 이용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미국 미네소타주 블루밍턴 소재 몰 오브 아메리카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 행사에 참여한 쇼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클라르나 같은 BNPL 업체는 보통 세 가지 결제 방식을 제공한다. 구매 30일 후 결제 대금을 지불하거나, 30일 간격으로 3회 혹은 2주 간격으로 4회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다. 모든 서비스는 제때 납부하면 이자가 없으며, 만 18세 이상이면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연체 시에는 이자가 부과된다.

전미소매협회(NRF) 집계에 따르면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 주말 동안 쇼핑에 나선 소비자는 약 2억300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이 440억 달러(약 64조8208억원)를 넘기며 전년보다 약 8%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소비 확대 뒤에는 BNPL 결제의 급증도 자리하고 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BNPL을 통한 누적 온라인 결제액은 약 800억 달러(약 117조8480억원)로 전년 대비 8% 늘었다. 올 11~12월 연말 쇼핑 시즌 동안 BNPL 결제액은 202억 달러(약 29조756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지난해보다 11% 증가한 규모다.

쿠폰·캐시백 플랫폼 리테일미낫의 마갈리 달링 최고상업책임자(COO)는 “소비자들은 몇 년간 이어진 물가 상승을 견디며 이제 그 ‘회복력(resilience)’이 소비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모든 달러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는 장기적인 소비 행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