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성재 교수팀, ‘물·수소 동시 생산 플랫폼’ 개발

입력 2025-12-04 16:24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 에너지이니셔티브 연구단 박지희 박사, 서울대학교 소프트파운드리연구소 윤세혁 박사, 프로바랩스 하승재 박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김성재 교수(좌측부터). 서울대 공대 제공.

국내 연구진이 물 정화 과정에서 수소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특히 지포라이터 크기로 소형화가 가능해 재난이나 전쟁 현장, 우주선 등 인프라가 제한된 곳에서도 활용이 기대된다.

서울대 공과대학은 김성재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정제수와 수소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회수형 정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현재 물을 정화하려면 전기가 필요하고 전기를 생산하려면 다시 물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해당 플랫폼을 이용하면 물 정화 과정에서 사용된 전기의 일부(8~10%)를 수소 형태로 다시 회수할 수 있다. 생성된 수소를 연료전지로 다시 공급하면 에너지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농도가 높은 소금물에서도 정제수가 안정적으로 생성되는 양상을 보였다.

수소 연료전지 및 신재생에너지와의 연계를 통한 자체 에너지 공급 현장형 수처리 플랫폼 예상도. 서울대 공대 제공

이는 전류가 양이온 교환막이라는 특수한 막을 통과할 때 생기는 현상을 이용한다. 막의 한쪽에선 염분과 오염 물질이 제거돼 깨끗한 물이 만들어지고 반대쪽에선 생성된 수소 이온(H⁺)이 전극에서 전자를 받아 수소 기체(H₂)로 변환된다. 이를 통해 정수 과정과 수소 생성이 한 번에 일어나는 구조다.

기술이 단순해 고압이 필요한 역삼투압 방식 등 기존 정수 기술과 달리 장치가 단순하고 가볍다. 실제 이 장치는 모듈형 구조로 설계돼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여러 개를 병렬로 연결하면 처리 용량을 쉽게 늘릴 수 있다. 김 교수는 “지포라이터만한 크기”라며 “군인들도 돌아다니다가 아무 물이나 퍼서 정수해서 먹으면 된다. 전쟁터나 자연재해 등을 겪는 곳에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염분뿐만 아니라 중금속, 미세입자, 세균 등 다양한 오염물질도 동시에 제거할 수 있다며 환경오염 정화, 바이오 의학, 인공신장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바닷물 정수 같은 경우는 에너지가 많이 든다. 정수하면서 수소를 버리지 않고 일부 회수할 수 있게 되면 재생에너지로서 의미가 있다”며 “다음 과제는 효율을 30% 이상 회수할 수 있게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대학교 에너지이니셔티브(SNUEI) 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머티리얼즈’(네이처 계열)에 게재됐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