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서 대규모 납치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납치된 성공회 신부가 인질로 억류된 지 한 달 만에 사망하면서 볼라 아흐메드 티누부 대통령이 최근 국가 안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제 기독교 인권단체들은 이슬람 무장단체와 풀라니 무장세력이 기독교 공동체를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종교 갈등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빈곤, 권력투쟁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4일 국제 기독교 인권단체 CSW(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에 따르면 카두나 성공회 교구의 에드윈 아치 신부는 지난 10월 28일 새벽 카두나 주 치쿤 지역 니시 자택에서 아내 사라와 함께 풀라니족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41만6000달러(약 6억원)의 몸값을 요구했으나 마련되지 못하자 지난달 26일 아치 신부를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살해 소식은 납치범들이 아치 신부와 아내가 다른 포로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있는 영상을 공개한 지 몇 시간 만에 알려졌다.
CSW는 지난달 21일 니제르주 아그와라 지역 파피리의 세인트 메리 가톨릭 초·중등학교에서 발생한 대규모 학생 납치 사건을 주요 사례로 전했다. 무장 괴한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초등학교 기숙사를 공격해 학생 303명과 교사 12명을 납치했으며 피해 학생 대부분은 9~14세 사이였다. 현재 253명의 학생과 교사 12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다.
CSW의 보도에 따르면 티누부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전에 승인한 3만명 외에 2만명의 경찰관을 추가로 모집하고 치안 취약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도록 지시했다. 또한 국가안보부는 숲에 숨어 있는 테러리스트를 소탕하기 위해 산림 경비대를 모집하고 배치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이번 발표는 나이지리아 상원의 격렬한 논쟁 끝에 나왔다. 상원은 최근 잇따른 납치 사건과 치안군 내 인력·무기 부족, 정보 및 기술 격차 등을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상원은 납치를 테러의 한 형태로 선언하고 가해자에게 벌금형이나 감형 없이 사형을 선고할 것을 권고했다.
국제 기독교 박해감시단체 오픈도어선교회(오픈도어)는 나이지리아에서 보코하람, ISWAP(이슬람 국가 서아프리카 지부)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북부 지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풀라니 무장세력이 기독교 지역이 대부분인 중부를 휩쓸고 있다고 밝혔다.
오픈도어의 ‘2025년 세계감시목록(월드와치리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신앙 때문에 살해된 기독교인 4476명 중 3100명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기록된 기독교인 사망자의 55%가 풀라니 무장세력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무장단체들은 나이지리아 전역에 폭력의 물결을 일으켰으며, 매년 수천 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이 집에서 쫓겨나 난민 캠프에서 끔찍한 환경 속에 살고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기록된 기독교인 사망자의 55%가 풀라니 무장세력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픈도어는 이러한 폭력이 종교적 갈등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권력과 통제, 빈곤, 기후변화로 인한 자원 부족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다고 분석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