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원재연·김수연 부부 “조만간 듀오 리사이틀 보여드릴게요”

입력 2025-12-04 14:55 수정 2025-12-04 16:42
피아니스트 원재연(오른쪽)·김수연 부부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윤웅기자

지난해 12월 한국 음악계에 스타 피아니스트 부부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부조니 콩쿠르 준우승자 원재연(37)과 몬트리올 콩쿠르 우승자 김수연(31). 각자 연주 스케줄 때문에 결혼 이후에도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다는 신혼부부가 서울에서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했다. 두 사람 모두 12월 국내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공연 스케줄에 따라 계속 이동해야 하는 연주자의 삶은 평범하진 않죠. 특히 결혼 이후 부부 생활이 맞나 싶을 정도로 걱정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습니다.”(원)

“결혼으로 저희의 생활이 달라진 건 없어요. 결혼 전부터 각자 한국과 해외 연주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살았으니까요. 그리고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찾습니다. 결혼 전과 비교해 ‘구석구석’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김)

피아니스트 원재연. 윤웅기자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10년 시작됐다. 당시 콩쿠르 참가를 준비하던 김수연을 위해 스승인 피아니스트 강충모(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또 다른 제자인 원재연을 연습 반주자로 부른 것이다.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듯했던 두 사람은 인연은 3년 뒤 다시 이어졌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 원재연이 최고연주자과정으로, 김수연이 학부 과정으로 입학한 것. 선후배로 친밀하게 지내던 두 사람은 2015년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원재연이 2017년 부조니 콩쿠르 준우승한 데 이어 김수연이 2021년 몬트리올 콩쿠르 우승하면서 연주자로서 주목받게 됐다. 김수연은 “10년간의 교제 기간이나 결혼 이후에나 오빠는 늘 힘이 되는 존재다. 떨어져 있는 만큼 서로에게 애틋해서인지 둘 다 상대방을 더 격려하려고 한다”고 웃었다.

원재연은 지난 6월 영국의 오닉스 레이블과 함께 ‘도메니코&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를 발매했다. 독일 레코딩 명소인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으며, 베를린 필하모닉을 포함해 수많은 거장들과 작업해온 명 프로듀서 마틴 자우어가 참여해 높은 완성도를 더했다. 스카를라티 부자(父子)의 26곡을 수록된 앨범은 원재연의 치밀한 음악적 해석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고,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6개월도 안돼 200만회 넘게 재생됐다. 지난 10월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을 열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원재연의 두 번째 앨범 ‘도메니코&알레산드로 스카를라티’(왼쪽)과 김수연의 첫 번째 앨범 ‘모차르트 리사이틀’의 표지.

그는 “음반사나 음악 팬들이 스카를라티 부자를 함께 담는다는 아이디어에 대해 좋게 평가해준 것 같다”면서 “그동안 음반 녹음을 4차례 했지만 막상 2개만 실제로 발매됐다. 게다가 이번 녹음을 앞두고 손가락 부상까지 당해 개인적으로 연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음반과 관련해 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음원이나 음반이 좋은 반응을 얻어 더 기쁘다”고 밝혔다.

특히 원재연은 요즘 예술감독으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유럽에서 활동하는 청년 클래식 음악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창단한 앙상블 ‘아르코 앙상블 인 유럽’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또한 그는 지난 2022년부터 스타인웨이와 손잡고 피아노를 전공하지 않았지만 뛰어난 기량을 지닌 아마추어 연주자들에게 공연 기회를 주는 ‘스타인웨이 아모 피아노 콘서트 시리즈’의 음악감독도 맡고 있다. 올해는 오는 17일 스타인웨이 갤러리 서울에서 콘서트가 열린다.
피아니스트 김수연. 윤웅기자

“재능있는 젊은 연주자들이 많지만 연주 기회가 적어요. 네트워킹이 중요한 클래식계에서 선배인 제가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연주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에 사명감을 느낍니다.”(원)

김수연은 연주자로서 요즘 피치를 올리고 있다. 로열 필하모닉, 파리 챔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으며 엘프 필하모니, 라 스칼라 극장,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등 주요 공연장에서 연주했다. 내년 2월엔 유서깊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무대에 선다. 그리고 지난 2023년 7월 발매한 첫 솔로앨범 ‘모차르트 리사이틀’로 BBC 매거진, 그라모폰, 디아파송 등에서 최고 평점을 받은 그는 내년 2월 새로운 앨범 녹음도 앞두고 있다.

피아니스트 원재연(오른쪽)·김수연 부부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윤웅기자

그는 현재 독일 프라이부르크 국립음대에서 프랑스 피아니즘의 거장 에릭 르 사쥬 교수를 사사하고 있다. 오는 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도 ‘프랑스의 메아리’란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프랑스 작곡가들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는 “그동안 독일과 러시아 음악가들에 천착했다면 최근 프랑스 음악을 공부하고 있다. 주변에서 주력 레퍼토리를 찾아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는 게 좋다는 말씀을 하시기도 하지만, 나는 새로운 것을 궁금해하는 성격이다. 아직은 좀더 공부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18~19일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였던 피아니스트 김다솔∙박종해∙김준형과 함께하는 듀오 콘서트에도 참여한다.

지난 여름 평창대관령음악제와 랑데부 드 라 무지크 페스티벌에서 깜짝 듀오 연주를 펼쳐 환호를 받았던 두 사람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듀오 리사이틀을 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학생 시절부터 자주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주변에서 많이 권유하기도 하지만 저희가 재밌는 프로그램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현재 공연장과 저희 부부의 스케줄을 맞추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귀띔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